‘울타리 내 교류 높여보자’ 한목소리
어린이 안전교육 위한 교통랜드 조성
양심 카페 운영·작은도서관도 ‘주목’
공예·악기 등 학습마을 교육과정 다양
음악회·북콘서트 등 공동체활동 풍성
연천군 전곡읍에 위치한 군 관사 ‘푸르미 예술이 흐르는 마을(이하 푸르미 마을)’은 군인과 그 가족의 행복한 문화생활 및 공동체활동 지원을 위해 늘 분주하다.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해 학습공간을 운영하고, 기증도서로 채워진 작은 도서관을 관리하고, 계절별로는 소통강화를 목적으로 축제를 여는 등 지역공동체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푸르미 마을은 군 관사라는 특성 상 외부에서의 접근이 쉽지 않다. 한 해 50가구가 전출하면 50가구가 전입하는 시스템이라 주민 간 데면데면함도 컸다.
이에 주민들은 ‘울타리 내 교류를 높여보자’며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관리사무소는 주민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언제든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꾸렸다. 벽화와 화단 등도 직접 조성하며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꾸준히 지역공동체 사업을 진행해온 결과, 푸르미 마을은 지난 2015년 경기도로부터 평생교육 유공 표창을 받았다. 이어 2016년에도 따복공동체 활성화 및 지역발전에 기여했다며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렇게 푸르미 마을은 ‘통일 한국 심장’ 연천에서 눈길을 끄는 군 관사, 대표적인 문화 복합공간이 됐다.
먼저 마을에서 돋보이는 문화활동으로는 평생교육을 위한 ‘푸르미학습마을’이 있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교육 강좌를 진행하는 이 학습마을은 양말공예반, 라인댄스반, 종이공예반, 가죽공예반, 중국어반, 리본공예반, 우쿨렐레반, 방과후지도자과정반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돼있다.
학습마을의 주축인 박은영 부녀회장은 “가사나 농사 등 바쁜 와중에도 참여해주시는 분들께 고마움이 크다”면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운영해가고 있다. 매번 활동을 할 때마다 마을에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또 푸르미 마을은 지난해 8월 경기도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마을 내 자투리 공간에 ‘푸르미카페’를 오픈했다. 이 카페는 커피를 마신 뒤 주민이 양심껏 모금함에 값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페 앞에는 작은 야외 무대공간을 마련해 학습마을에서 익힌 악기연주 등으로 음악회를 열어 주민들이 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올해도 푸르미 마을은 ‘경기도 마을공동체 작은도서관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도의 지원을 받아 이 무대에서 우쿨렐레 공연과 북콘서트, 퓨전전통음악회를 진행했다.
이어 마을 내 ‘푸르미 작은 도서관’도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성에 큰 몫을 해내고 있다.
어린이집 인근에 조성된 작은 도서관은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기증한 책 5천 권으로 가득 차, 어린 아이들의 도서관 친밀도를 높이는 걸 목적으로 한다. 또 인근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중·고등학생들에게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목받는 공간이 됐다.
특히 예년보다 활동범위를 넓히자는 차원에서 올해는 ‘교통랜드’가 새롭게 조성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교통 신호체계를 보고 스스로 교통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어린이집 뒷편에 공간을 만든 일종의 ‘교통공원’이다.
삭막하던 마을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 일조한 푸르미 마을 김귀철 대표·관리소장은 “마을에서 행사를 열면 평균적으로 1천 명 정도가 참여한다. 앞으로는 이 참여율을 더 높여서 하나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모두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게 바람”이라면서 “군부대라 외부에 알리는 건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그런 부분을 해결하고 싶다. 주민행사지만 지역사회와 힘을 합쳐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 관사가 푸르미 마을만 있는 게 아닌 만큼 제2의, 제3의 푸르미 마을이 곳곳에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연우기자 27yw@
김귀철 연천 푸르미 마을 대표
“푸르미 마을이 재미있는 아파트, 소통되는 군 관사의 좋은 사례가 돼 전국적으로 전파되길 바랍니다.”
지난 2013년 9월, 김귀철 씨는 연천군 전곡읍에 위치한 ‘푸르미 예술이 흐르는 마을(이하 푸르미 마을)’에 관리소장으로 부임했다. 군인 관사인 푸르미 마을은 당시만 해도 ‘계급장’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상사가 옆집’인 탓에 주민 간 교류가 적었고, 군 관사 특성 상 외부 접근이 어려워 삭막함 아닌 삭막함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어려워하는 분위기에 김 대표는 관리소장으로서 두 팔을 걷고 나서기로 했다.
그는 “경계를 풀고 ‘너는 너, 나는 나’를 없앨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2014년 연천평생학습원 문을 두드리고 마을문화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관리소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는 김 대표는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관리사무소를 ‘사랑방’으로 개방하는 등 노력해왔다. 마을 곳곳을 수놓은 벽화나 화단도 주민과 함께 직접 꾸렸다.
그 결과 푸르미 마을은 현재 평생 교육원, 작은 도서관, 카페 등을 운영하는 문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또한 독서캠프나 타조농장캠프, 주민콘서트 등을 진행해 주민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친목도모 그 이상의 소통강화가 목적이다. 5월엔 가정의 달 축제를, 10월엔 군인 가족의 날 축제를 열어 외부에서도 많이 부러워한다”며 웃어보였다.
특히 푸르미 마을은 지난해 경기도 따복공동체 공간조성사업 및 마을공동체 작은 도서관 활성화사업 등에 선정되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김귀철 대표는 “재정적·행정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도와 군 관계기관이 지원해주는 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문화 복합공간을 조성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크게 고마운 점”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제2의 푸르미 마을, 제3의 푸르미 마을을 이끌어내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군 관사가 푸르미 마을만 있는 게 아닌 만큼, 우리 마을이 좋은 사례로 전파됐으면 좋겠다”면서 “계급사회를 벗어난 공동생활을 위해 앞으로 행사를 더욱 확대할 것이고, 참여율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끝맺음은 간결했다.
“매일 모두가 즐거움으로 출퇴근하는 마을입니다. 경치도 좋고, 시원하고, 스트레스 풀리는 푸르미 마을에 한 번 놀러오세요.”/이연우기자 27y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