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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선거공약과 현실정치

 

지난 금요일 법원은 2012년에 개통된 이래 누적적자가 3천676억 원에 이른 의정부 경전철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했다. 이는 전임 김문원 시장(2002~2010)이 추진했던 사업인데 안병용 현 시장(2010~)은 후보시절부터 경전철은 시의 재정을 축내고, 시민을 위한 설계가 잘못되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복잡한 투자구조와 이해관계로 이를 중단시키지 못했고, 개통 5년도 안 되어 결국 파국을 맞게 되었다. 1조 원대 빚을 남긴 용인 경전철과 2천124억 원의 적자를 낸 부산 김해 경전철 모두 선심성 공약과 뻥튀기 수요예측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의정부의 경우 이용객이 하루 7만9천여 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하루 최대 1만5천여 명에 불과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능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면 정치적 의도로 그렇게 왜곡된 결론을 내놓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천 못할 공약은 국민을 속이는 일

공교롭게도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무산과 함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가 보도되었다. 임 실장은 “선거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한다”며 “인사가 국민눈높이에 맞추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대 비리 공직제외 원칙을 공약하였다. 즉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그리고 논문표절의 경우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기로 하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한 달 새 6명이나 되는 총리와 장관들이 이런 문제로 낙마한 사실을 의식한 공약이었고,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 출범 보름 만에 현실은 녹록치 않으므로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국무총리, 외교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들이 잇달아 위장전입 전력이 노출되었고, 탈세와 이중국적 등 다른 문제들도 제기되었다. 그런데 임 실장은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므로 좀 다르지 않으냐고 했다가 야권과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여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회와 청와대가 고위 공직자 임용기준을 다시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그렇다면 의정부 경전철 사례와 무엇이 다른가? 그런 참신한 공약을 보고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들을 속였거나, 아니면 국민들이 실현 불가능한 공약임을 알고도 선택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진심어린 사죄 후에 국민적 합의에 따라야

새 정부가 추진하는 공약들은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일자리 정책 추가경정 10조 외에, 매년 누리과정 전액 국고부담 2조, 기초연금 인상 4조4천억, 최저임금 인상 1조5천억, 이동수당 도입 2조6천억, 쌀 직불금 증액 2조3천억 등 헤아리기도 어렵다. 대신 예산을 아낄 수 있는 분야는 빈약하다. 대통령의 사적인 비용은 대통령의 사비에서 지급하고, 특수활동비 53억원을 절약해서 청년일자리 창출이나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또 각 기관의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고 최대한 절약하겠다고 한다. 훌륭한 일이지만 예산절약만으로 공약을 다 해결할 수 없고, 결국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미 증세논의도 시작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확대는 허구라는 점을 확인해 준 바 있다. 화려한 대국민 지원공약은 곧바로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미국에서 오바마케어 즉 건강보험 확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스위스에서 매월 모든 국민에게 300만 원씩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가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모두 부담의 증대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선거공약이 지켜질 수는 없지만, 공약의 변경은 외부 여건의 변화에 국한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현실정치를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공약이라면 애초부터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이제라도 잘못된 공약은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전에 철저한 반성과 사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를 속이는 이런 후진국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 국민들은 실현 불가능한 화려한 공약만 보면 안 되며, 부담과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공약을 내건 후보와 정당에게 다음 선거에서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그저 이 땅에 세 들어 사는 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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