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5살, 2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이모(34)씨는 큰 아이의 유치원 방학이 두렵기만 하다. 오는 24일부터 ‘장장’ 3주간 방학이 진행되는데 남편 휴가 기간 4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온 종일 아이들과 집에서 씨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자고 해도 날씨가 더워 움직이기 힘들고, 큰 애라도 놀이터에 가서 놀라고 하고 싶어도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많아 그럴 수도 없다. 이씨는 결국 3주간을 마음을 닦는 ‘수행’의 기간으로 정하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사례2. 초등학교 4학년, 2학년과 5살 아이를 키우는 정모씨(40)씨는 방학만 되면 부모님께 죄송해진다. 맞벌이를 하는 탓에 유치원 방학기간 중 막내를 오롯이 부모님께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그나마 학원이라도 가지만 막내는 학원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씨는 아이들 마음과 달리 방학이 하루 빨리 끝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이들의 여름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맞벌이 부부는 물론 집에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전업주부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예전처럼 나가서 마음껏 놀라고 하기에는 민심이 너무 흉흉하고, 그렇다고 집에 있자니 아이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다.
18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단·병설 유치원 등 공립유치원의 방학기간은 초등학교 방학 기간과 비슷하며, 사립유치원은 7월말부터 보통 2~3주간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기간 동안 유치원들은 방과후과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1주일 정도 쉬는 곳이 대부분이다.
결국 이 기간에 휴가를 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답’이 없는 셈이다.
초등학생들도 학원을 다닌다 해도 7월말~8월초 사이 방학을 하는 학원이 상당수여서 학부모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전업주부인 홍모(34·여)씨는 “예전 어렸을 때 시골에 할머니댁에 (방학 기간중) 한동안 머물렀던 기억이 있지만 요즘엔 부모님들도 도시에 계시고 일도 하셔서 아이들을 돌봐달라는 부탁도 할 수 없다”며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소리지르며 화를 내고 있어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시민 홍모(40·화성)씨는 “옛날 식구들이 많았을때는 돌봐주는 사람들이 많아 육아문제가 크게 없었던 것 같다”며 “학교나 유치원에 방학이 없을 수는 없고,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이 다닐 있는 별도의 기관이나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유진상기자 y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