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8년 전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를 계기로 시작된 검찰발 ‘미투(Me Too)’ 캠페인이 법조계는 물론 정치계, 언론계, 기업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성추행 경험이 있는 여성을 중심으로 ‘나도 당했다’는 고백과 동참 개념을 넘어 근본적·고질적인 성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해결하자는 ‘미퍼스트(Me First)’ 운동으로 발전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4일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서 검사는 지난달 말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e-Pros)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던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성추행 당했고, 문제 제기 후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은 부분에 대해 밝혔다.
이후 또 다른 검찰 내 성추행 사건 폭로가 이어지고, 현직 여성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고백까지 더해지면서 ‘미투’ 캠페인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검사 출신인 한 여성변호사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검사 시절 고위간부의 호출을 받고 관사로 갔더니 간부 혼자 그곳에 있었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당했다고 고백했고, 또 다른 여성변호사는 자신을 아이스크림에 비교하며 ‘난 너를 먹고 싶다’고 말한 선배 검사의 사례를 공개했다.
또 같은날 서 검사에 대해 ‘미투’ 캠페인 형태의 동참 의사를 표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거 변호사 취업을 준비하던 당시 검사장 출신 로펌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같은당 이효경 경기도의원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6년 전 소속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던 상황을 떠올리며 “한 동료의원이 춤추며 내 앞으로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며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에 근무하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로 이직한 임보영 기자 역시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2015년 12월 경찰청 재직 당시 직속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와함께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회장이 매년 초 여직원들만 모아 세배를 받는 것과 연례 가을행사에서 여직원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추는 장기자랑을 하게 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다른 여러 기업의 성폭력·성희롱 사례가 연이어 올라왔다.
미투 캠페인의 확산으로 검찰은 물론 법조계, 여성단체, 국가 인권위원회까지 나서 검찰 내 성희롱·성폭력 직권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역 여성 지방의원들이 지난 2일 미투를 넘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방관하지 않고 적극 막겠다는 ‘미퍼스트’ 운동을 전개하는 등 사회 전반에 깔린 성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는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고 성폭력을 방관해선 안 된다. 침묵도 동조이며 또 하나의 가해”라며 “성폭력 근절을 위해선 무엇보다 피해자의 편에 서려는 사회 분위기가 수반돼야 하며 사회 저변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장선·이연우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