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비무장지대 수색작전 중
북한군 목함지뢰 2발 폭발
둔부 함몰상에 두 다리 잃어
우울감 겹쳐 극단적인 생각도
국민들 응원·격려 덕분에
다시 재활·치료에 전념
어린 시절의 꿈 다시 도전
전국 장애인조정대회 1위
2020년 패럴림픽 출전 목표
“다시 그 때로 돌아가더라도 저는 군인을 선택했을 겁니다.”
하재헌(25) 예비역 중사가 4일 북한군의 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4년 전인 2015년 8월 4일, 육군은 평시 비무장지대에 대한 작전으로 파주 도라산 전망대 일대 비무장지대에 수색 작전을 전개했다.
당시 수색요원으로 투입된 하 중사는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로 중상을 입은 후 이를 극복하고 현재 국가대표 장애인 조정선수로 선발돼 활동 중이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북한군이 비무장지대에 매설한 지뢰는 ‘목함반보병지뢰(PMD-57)’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이 개발한 이 ‘목함지뢰’는 살상반경 2m로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북한군의 매설 현황과 위치도 파악이 전무한 상태다.
비무장지대 내 수색작전은 오롯이 국군 장병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아직도 그 때가 생생하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하 중사(당시 하사)는 당시 육군 1사단 수색대대 소속으로 7팀 작전에 투입됐다.
폭발은 오전 7시 28분 쯤 수색팀 작전이 개시된 후 8분여만에 발생했다.
하 중사가 통문(비무장지대 내 철책통로 입구)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 1차 폭발이 일어난 것.
당시 북한군이 매설한 2발의 목함지뢰가 터졌다.
하 중사는 폭발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하반신 양측이 형체도 없이 모두 찢겨지고 뼈가 드러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서 갔던 김정원 중사에 의해 끌려 나오던 중 통문 남측에 매설된 목함지뢰가 추가 폭발, 치명상을 입었다.
김 중사도 오른쪽 다리가 절단됐다.
결국 작전소대장이 인근 아군 GP에 도움을 요청, 공중 이송돼 오전 9시쯤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지뢰폭발로 인한 과다출혈, 저혈압 등으로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재차 긴급 후송돼 7시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출혈성 쇼크와 고통을 줄이기 위해 투여한 마약성 진통제 조차 아무 소용 없었다고 그는 전했다.
결국 그는 오른쪽 무릎 아래, 왼쪽 정강이 아래를 모두 잃었다.
2차 폭발로 고막 손상과 둔부 함몰상도 입었다.
이후 의족 착용을 위해 재활·치료를 1년 이상 병행했다.
우선 몸을 지탱하기 위해 절단 부위를 단련시키는 훈련부터 시작했다.
성치 않은 몸으로 훈련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데다 갑작스러운 절단으로 없어진 부위가 아프다고 느끼는 환상통(Phantom pain)까지 수반됐다.
고통이 극심하다보니 절망과 원망이 교차했고 우울감까지 겹쳐 극단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활·치료에 전념하면서 지금은 모두 극복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야구장을 찾았다가 선수의 꿈을 키웠던 그는 운동을 그만둔 후 부모님의 권유로 군인의 길을 걷게 됐다.
하 중사는 사고 후 우연히 조정을 접하며 운동선수로의 오랜 꿈에 다시 도전, 지난해 전국 장애인조정대회 1위로 금메달을 석권했다.
올해 1월 31일 군복을 벗은 그는 지난 4월 SH공사 장애인 조정선수(PR1, 싱글스컬)로 입단, 이후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돼 맹훈련 중이다.
목표는 2020년 토쿄패럴림픽 출전으로 오는 25일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장애인 조정선수권 대회 7위 안에 입상해야 한다.
하재헌 중사는 “힘들었던 지난 일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국민의 응원·격려 덕분이다. 국가대표선수로서도 필사의 각오로 좋은 결과 이루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조주형기자 peter5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