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이은 ‘금빛명맥’ 1000℃서 펄펄
안성 시내를 걷다 보면, 반짝 반짝 광택을 빛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안성맞춤 유기공방‘을 발견할 수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인 유기장 김근수(92) 옹과 그의 아들 김수영씨, 그리고 손자 3형제 범진, 범용, 범산 씨가 3대째 운영하는 공방이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우리네 살림살이에서 빠지지 않던 필수품이었던 유기는 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진 공장과 함께 그 수요도 급격히 하락했다. 플라스틱,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등 새로운 재질의 그릇들이 식탁을 점령하면서 우리네 정과 전통이 담긴 놋그릇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져만 갔던 것. 하지만 김근수 옹은 ‘안성유기’ 에 대한 자부심과 안성유기의 맥을 잇겠다는 생각으로 홀로 꿋꿋이 공방을 지켜냈다. 김근수 옹의 뜻은 아들에게로 그리고 다시 손자에게로 이어졌고 ‘안성맞춤 유기공방’의 유기들은 그렇게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영롱한 빛을 내고 있다. 전국에 하나 밖에 없다는 안성시 미양면에 위치한 ‘유기 공장’은 2대째 가업을 이은 아들 김수영씨가 지킨다. 유기를 만드는 방식은 틀에 쇳물을 붓는 주물유기와 망치로 놋쇠를 두들기고 늘리고 다듬어서 형태를 만드는 방자유기 등 두 가지. 방자유기는 광택과 강도가 뛰어나고, 주물유기는 일정한 모양의 제품을 대량 생산한다는 이점이 있다. 김수영씨는 유기공장에서 놋쇠를 두들겨서 만드는 방짜 유기부터 장식품을 만드는 주물 유기까지 수십 가지가 넘는 품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섭씨 1000도가 넘는 쇳물을 다루는 고단한 일이지만, 십 수년 간 가족처럼 같이 일 해온 직원 10여명과 3대째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아들 형제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다. 숙명처럼 받아들인 가업이 ‘안성 유기’ 의 맥을 잇고 대한민국 유기의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낀다. 시내에 있는 ‘안성맞춤 유기공방’ 에서는 김근수 옹의 큰 손자 범진씨가 소비자들과 직접 만난다. 최근 유기 그릇에 음식물을 담으면 대장균 등 세균 번식이 억제되는 유기의 항균기능이 주목을 받으면서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며 범진씨는 소박한 웃음을 짓는다. ‘안성맞춤’ 이란 단어의 어원을 생각하며 쏙 들어맞는 유기를 만들고자 항상 노력한다는 안성 유기 삼부자.. 안성유기 삼대의 소박한 웃음 속에 100년, 200년 정교하면서도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 안성 유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맞춤 유기공방> ‘안성맞춤’의 어원인 안성유기가 전시되어 있다. 촛대, 향로, 수저, 주발, 놋대야, 화로 등 제기용품 및 생활용품과 유기로 만든 학, 사슴, 황소, 마패, 범종 등 예술용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누구나 구경할 수 있으며, 주인장에게 안성유기의 역사와 제조법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다. 위치- 경기도 안성시 안성1동 봉남동 7-3 문의- 031-675-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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