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걸음 표현만 ‘100개’

2009.07.01 19:07:39 27면

몽골인에겐 없어선 안될 존재

몽골만큼 말 문화가 발달한 국가도 드물다. 유목민족인 몽골인에게 말은 넓은 초원지대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자 여름엔 ‘아이락’이란 마유주(馬乳酒)를 먹게 해주는 등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몽골 시골에선 남자들이 화장실 갈 때 ‘말을 돌보러 간다’고 했고 여자들은 ‘말의 젖을 짜러 간다’고 할 정도로 말과의 관계는 밀접하다.

고려 말기 몽골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도 말과 관련된 언어의 흔적이 남아 있다. 털빛이 검은 말을 뜻하는 ‘가라말’은 몽골어 qara에서 왔고 털빛이 누런 말 ‘공골’은 몽골어 qongqor에서 비롯됐다. 털 빛깔이 밤색인 구렁, 흰말인 부루, 털빛이 붉은 절따 등도 모두 몽골어에서 유래한 말들이다.

몽골인들은 말에 대한 용어는 무척 세분화돼 있다.

같은 말이라도 한 살부터 여섯 살까지 암수에 따라 모두 다르게 부르고, 색깔에 따라서도 무려 50여 가지의 말 이름이 존재하며, 말의 다양한 걸음걸이를 나타내는 단어가 100개도 넘는다.

심지어 몽골 대표적인 악기 마두금(馬頭琴)은 말머리 조각이 있는 현악기로, 나무로 만든 통 앞뒤로 말가죽을 붙이고 말총으로 현을 만든다.

마두금은 내몽고에는 모린 톨로가이홀(morin-tologaihole), 외몽고에서는 킬(khil) 또는 쿨(khul)이라고 부른다.

몽골인들이 애송하는 시에도 말 문화가 배어있어 시인 나착도지가 지은 ‘나의 모국’에서 모국을 ‘수많은 말떼가 달리는 훌륭한 골짜기’로 표현하고 있다.

몽골말들은 매우 강인해 혹독한 겨울에 잘 견딘다.

눈 덮인 한 겨울에도 50cm가 넘는 눈을 발굽으로 헤집고 풀을 뜯어 먹는다. 심한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고 열악한 자연환경을 견뎌내는 말의 강인함은 몽골인들이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몽골인들은 말의 민족이요, 몽골의 역사는 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진수 기자 kj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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