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묵객이 되고픈 하루 묵향에 취해 만추를 보낸다

2010.11.21 21:35:10 인천 1면

18일 과천시민회관 2층 다목적홀과 전시실은 과천문화원(원장 최종수)이 주관한 제7회 한국추사서예대전에 출품한 작품들을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묵객(墨客)들이 내놓은 작품을 뚫어져라 감상하는 시선들로 묵향이 은은히 배여 있는 화선지는 구멍이 날 정도였다.

올해 응모적은 역대 최대인 1천여 점. 이날 전시장엔 심사위원들이 고르고 고른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을 받은 500여점이 걸렸다.

어느 하나 버릴 것 하나 없는 수작으로 관람객들의 입에서 절로 쏟아진 감탄사로 공기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추사체가 천 개의 붓이 닮고 백 개의 벼루에 구멍이 나고야 탄생했듯 관람객들은 차고 넘치는 작품들의 이면에 숨겨진 각고의 노력 앞에 경의를 표했다.

‘청명시절 우분분’(淸明時節 雨紛紛) ‘노상행인 욕단혼’(路上行人 欲斷魂) ‘차문주가 하처유’(借問酒家 何處有) ‘목동요지 행화촌’(牧童遙指 杏花村) ‘때는 청명시절인데 비는 부슬부슬, 길 가는 나그네 애간장을 끊는구나. 묻노니 술집이 어디 있는가. 목동이 가리키는 곳 살구꽃 가득하네.’

전시된 작품 중 유독 발길을 잡은 것은 한예(漢隸)로 쓴 중국 당(唐)시인 두목(杜牧)의 시구다. 조운호(68)씨는 이글로 장원인 대상을 받았다.

필력과 전체구성인 장법, 고법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고 수만 번은 했을 임서의 흔적도 역력했다.

어릴 때부터 글방을 드나들며 고사리 손에 붓을 쥐었다는 조씨는 “큰 기대는 않았는데 뜻밖에 큰 상을 받아 기쁘다”며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상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류정남(여)씨의 문인화 ‘낙랑장송’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바늘을 닮은 잎은 바람에 일렁이고 소나무 특유의 껍질 갈라짐 표현도 도드라졌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대지와 하늘을 향해 뻗은 소나무 기상이 좋고 수묵화의 멋인 여백의 미도 충실히 살렸다는 평을 들었다.

4명의 우수작인 행서와 추사체, 한글의 독특한 미려함이 돋보이는 궁체, 해바라기 그림도 빼어나긴 마찬가지였다.

한문분야와 문인화분야에서 특별상을 받은 10명의 작품도 오랜 세월 벼루에 먹을 갈을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특선과 입선작들은 정진을 계속한다면 대성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심사위원, 자문위원, 운영위원, 초대작가의 작품도 출품된 전시회는 22일까지 열린다.
김진수 기자 kj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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