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다녀간 오지마을 웃음꽃 피었네

2012.05.13 19:19:24 11면

 

“장마철엔 길이 끊겨 물자수송은커녕 긴급한 환자도 이송 못해 발만 동동 굴렀는데 이젠 말끔히 포장된다고 하니 오랜 걱정이 사라진 것 같아 정말 기뻐요.”

과천시새마을회가 최근 해외협력사업으로 네팔 치트완 다밀리 피플레 마을을 방문, 마을 진입로 포장 등을 해줘 현지 주민들의 숙원을 풀어주고 지난 11일 귀국했다.

생전 처음 가본 치트완은 출발 전 사전 정보를 습득하고 갔으나 멀고 힘든 여정이었다.

수도 카트만두 공항에서 내려 버스로 12시간을 달렸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산속 길을 1시간 30분이나 걸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먼 길의 피로는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많은 주민들의 환대에 일순 풀렸다.

주민 1천여 명이 이곳저곳 산재돼 살고 있는 치트완은 우기만 되면 어김없이 길이 끊겨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섬 아닌 섬으로 고립됐다.

도착 이튿날인 8일 길이 250m 폭 6m 도로포장을 착공할 때 주민들은 뛸 듯이 반가워했다.

현지인 라버라즈 판다(57)씨는 “조상 대대로 이 길은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며 “그러나 정부나 현지인 모두 형편이 넉넉지 못해 참고 살아오던 중 한국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고마움을 말로만 표시한 것이 아니라 그 고장 토속음식을 정성껏 장만, 대접해주는 등 서로 두터운 정을 쌓았다.

가파른 산에 계단식 논을 삽 하나로 개간해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 자녀들의 교실도 허름해 50~60년대 허리띠를 졸라맸던 국내 사정을 떠올리게 했다. 흙벽으로 겨우 비를 피할 수 있게 만든 교실에서 100여명의 아이들은 책걸상도 없이 울퉁불퉁한 흙바닥에 앉아 수업을 받았다.

새마을 회원들이 나눠준 치약, 칫솔, 연필, 스케치북, 크레파스, 모자 등을 받아든 아이들의 얼굴엔 곤고(困苦)함을 잠시 잊은 듯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새마을회는 저녁엔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기틀을 마련해준 새마을운동 영상물을 상영해 그들도 언젠가는 잘살 날이 올 것이란 자립정신을 심어주기도 했다.

4박5일 일정동안 이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심고 온 새마을회 김승열 회장은 “주민들의 불편을 없애준 것도 보람스러웠지만 우리나라가 새마을운동으로 주민협동을 이뤄 잘사는 기틀을 다졌다는 얘기에 그들이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을 보고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kj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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