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상사 눈치에 ‘억지 봉사’

2013.03.24 20:35:37 22면

기업·기관들 사회공헌 내세우며 직원 동원
평일엔 격무 시달려… “황금 주말 아쉬워”

사회공헌·기부캠페인과 봉사·나눔문화를 내세우며 기업과 기관들이 앞다퉈 봉사단 조직과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반강제적 활동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4일 도내 기업과 기관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농협, 건강보험공단 등 대부분의 기업과 기관들이 홍보 및 이미지 제고 등을 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많게는 한 달에 한번 이상 봉사활동을 통해 기업 알리기는 물론 사원들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는 평가지만 주중 격무에 시달린데다 주말까지 자발을 가장해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직장인들이 근무평가와 직장상사 눈치 등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어서 이미 빛바랜 봉사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A전자 입사 2년차인 이모(29)씨는 “입사 초기 봉사활동에서 느낀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된 지 오래”라며 “자주 봉사에 나서는 건 아니지만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억지로 하는 봉사활동보다 황금같은 주말은 개인활동이나 휴식을 갖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B유통의 신입사원 박모(25·여)씨는 “상사 눈치를 보다가 상견례 약속도 미루고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들 보러 보육원 봉사를 갔는데 죽을 맛이었다”며 “말로는 자발적 참여지만 상사가 가는데 빠질 수 있는 직원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원치 않는 봉사활동이 계속되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봉사단과의 뜻하지 않은 마찰이 빚어지면서 봉사 기피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봉사는 누가 강제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라며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봉사의 기본 원칙이 퇴색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 김경일 교육홍보팀장은 “자원봉사의 기본인 자발성을 갖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며 “직장인들이 반강제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더라도 경험을 통해 참의미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양 기자 taeya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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