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 불법도박 기승

2013.05.01 21:48:52 1면

대부분 점조직으로 운영 단속 어렵고 조폭 등 범죄에 노출
지난해 도박중독 상담자 전년比 33% 증가 등 해마다 늘어

1. 동네 부동산에서 지인 소개로 불법도박장(일명 하우스)을 접한 A(59)씨. A씨는 이후 오피스텔 등에 차려진 하우스를 전전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화투, 훌라 등 도박을 했다. 도박에 빠진 A씨는 이른바 ‘꽁짓돈’을 빌려가며 하룻밤새 수천만원을 잃는 일을 되풀이한 끝에 결국 평생 모은 12억원을 탕진하고 부인과 이혼했다.

2. 평소 알고 지내던 동네 주부들과 재미로 고스톱을 즐기던 B(52·여)씨.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B씨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창문을 폐쇄하는 등 경찰의 단속을 피해가며 주택가에서 불법 도박을 일삼던 끝에 하우스 도박을 전전하기에 이르렀다. B씨는 가정에서 쫓겨나고 2억여원의 도박 빚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기침체 속에 ‘한탕주의’가 만연하면서 서민들 사이에서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도박이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신고없이는 단속마저 어려운 실정인데다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하는 등 각종 추가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1일 경기지방경찰청과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 따르면 도박중독 상담문의가 지난 2010년 605건에서 2011년 3천929건으로 6배 이상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는 전년보다 약 33%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사무실, 가정집, 오피스텔 등 실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푼돈으로 도박을 시작했던 것으로 밝혀져 불법도박이 주택가까지 파고 들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양주시의 부동산사무실에서 속칭 ‘훌라’ 카드 도박판을 벌인 김모(45)씨 등 5명이 입건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수원의 한 주택에서 황모(61·여)씨 등 4명이 ‘고스톱’을 하다가 적발되는 등 불법 도박이 도내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도박에 빠져 판돈 마련을 위해 공금을 횡령하는가 하면 부당대출도 서슴지 않고, 심지어는 인질극을 벌이는 등 도박 빚으로 인한 2차 범죄의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3일 윤모(39)씨 등은 자신들과 도박을 하다 하루만에 6천만원의 빚을 진 김모(39)씨를 수원의 한 여관에 감금해 김씨의 부인에게 임대 보증금 2천만원을 빼앗았다가 적발됐다.

불법 도박이 만연하면서 조직폭력배 등이 개입하는 일도 잦아졌다.

경기경찰청은 지난 1월 조직폭력배와 연계된 수억원대 도박단 3개 조직 108명을 검거하기도 했는데 검거된 이모(44)씨 등은 안성과 평택, 안산 등의 야산에 천막을 치거나 펜션을 임대한 뒤 각자 역할을 분담해 불법도박장을 개설한 것은 물론 조직폭력배의 비호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붙잡힌 도박꾼 중 60%는 상습도박으로 이혼 등 가정파탄에 이른 가정주부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해줬다.

이처럼 불법 도박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행성게임장이나 사이버도박은 수시로 감시라도 하지만, 단순 도박은 신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속적인 단속으로 불법 도박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양 기자 taeya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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