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싸면 깎아 드려요”

2013.05.21 22:18:06 1면

도내 일부 백화점·대형마트 파격할인 앞세워 가격정찰제 실종

“이것 저것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원래 가격에 20% 정도까지 싸게 사실 수 있어요.”

21일 수원 갤러리아백화점 가전 매장에서 냉장고의 가격을 보며 망설이자 매장 직원이 재빨리 설명했다.

시장처럼 가격 흥정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늘어나면서 가격 정찰제가 무색해지고 있다.

매출을 올리려는 매장마다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시하는 탓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

김모(28·여) 씨는 “냉장고를 사기 위해 3개 매장에 들어가 봤는데 모두 할인된 가격부터 제시했다”며 “계산기를 두들기며 깎아준다고 생색내니까 정상가는 거품이 아닌가 의심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301만원인 냉장고를 백화점 할인과 업체 자체 상품권 등을 적용해서 255만 원까지 깎아준다고 했다”며 “정찰제의 상징처럼 된 백화점에서 에누리해주겠다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못 미더웠다”고 덧붙였다.

본지 취재 결과 가격 흥정은 가전 매장 뿐만 아니라 의류 매장, 침구류, 가구 매장 등에서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침구류 매장 직원은 “구입하시면 이것 저것 제해서 가격을 깎아드리겠다”는 말로 손님을 끌었다.

대형마트도 가격 흥정과 정찰제를 비웃는 일이 빈번했다.

수원의 한 홈플러스 가전 매장 직원은 “특정 카드로 결제하면 할인 가격에 추가 할인까지 적용돼 더 싸게 살 수 있다”며 “또 본사에서 구매 후 계좌로 30만원을 입금해주기 때문에 총 50만 원 정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정찰제를 무시한 판매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의구심과 혼란도 커지고 있다.

매장을 돌아보던 이모(32·여) 씨는 “가격표에 적힌 가격이 실제 판매가라면 금액을 깎아가면서 팔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가는 곳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려면 뭐하러 정찰제를 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실제 가격이 어떤 지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관계자는 “정찰제를 준수하지 않는 매장은 백화점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매장 내 입점업체 측에서 재량으로 할인해 주는 것도 백화점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백화점에서 가격 흥정이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박태양 기자 taeya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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