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진드기 겁나요” 농촌 비상

2013.05.30 21:41:45 23면

모내기철 농민 두툼한 옷 입고 농사일
학생들 봉사활동·농촌체험관광 기피

“살인 진드기 의심환자가 아직 경기도에서 발견되지 않았어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30일 평택시 진위면 한 농가에서 정모(47)씨는 초여름 날씨에도 두툼한 옷으로 무장한 채 농사일에 나섰다.

충남 서산시에서도 벼농사를 짓는 정씨는 “얼마 전에 충청도에서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 의심환자가 발생하고 농민들의 바이러스 감염이 계속 발생하니까 두려운 게 사실”이라며 “더운 날씨에 긴 옷을 몇 겹 껴입고 일하고, 쉴 때 풀밭에 함부로 앉지도 못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충청지역 일부 농가는 살인 진드기 때문에 아직 모내기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답답해했다.

최근 제주와 부산에 이어 충청도, 경상도까지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에 의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의심환자가 속출하면서 도내 ‘살인 진드기’에 대한 불안감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모내기 철을 맞아 농민들이 불안에 떠는가 하면 학생들이 모내기 봉사활동을 꺼리는 등 농촌체험활동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평택 H고등학교의 김주연(18·여)양은 “해마다 모내기 철이면 농촌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올해는 선생님께서 야생 진드기에 대한 주의사항을 당부하신 탓에 덜컥 겁이 났다”며 “논밭은커녕 잔디나 풀밭에도 사실 겁나서 못 가겠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농촌체험관광도 ‘살인 진드기’ 공포감에 비상이 걸렸다.

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됨에 따라 도에서도 각 시·군 농촌체험장에 야외체험을 실내체험으로 대체하는 등 지시사항을 통보했다”며 “농촌체험관광 접수를 직접 하고 있지 않아 아직 파악이 안 됐지만 야생 진드기로 인한 여파로 농촌체험이 위축되진 않을까 우려돼 예방차원의 공고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촌 기피현상은 물론 등산이나 캠핑, 공원 등 나들이를 꺼리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특히 야생 진드기가 주로 잔디나 수풀 등에 서식해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산책할 때 감염될 수도 있어서 시민들은 맘 놓고 야외활동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모(23·여)씨는 “동물병원에서 야생 진드기 예방주사를 맞으라는 문자를 받고 난 뒤 조심하기 위해 강아지와 산책을 못하고 있다”며 “산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도 야생 진드기 말이 많아지자 등산을 자제하신다”고 말했다.
박태양 기자 taeya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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