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3월에 피는 꽃

2015.03.05 19:05:45 16면

 

‘축하합니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동네 초등학교 입학식 날의 모습이다.

꽃다발까지 준비하고 아이와 더불어 종종걸음으로 입학식장을 향하는 엄마, 아빠들 사이로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입학 선물을 하나씩 준비하고 그 선물에 덤으로 내미는 학원 홍보지가 들려 있었다. 양 손 가득 갖가지 홍보지를 들고 입학식장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고민하며 찾아야 할 학원은 또 몇 군데나 될지. 가녀린 어깨가 묵직해 보였다. 해마다 입학하는 아이들은 더 똑똑해지고 다녀야 할 학원은 더 다양해지는 현상. 글씨를 모르고 입학을 해도 하나도 흉이 되지 않던 옛날 초등학교 입학식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저마다 콧물을 닦으려고 준비한 흰 손수건을 가슴에 매달고 쭈뼛쭈뼛 마주했던 그 옛날 국민학교 입학식 날. 어머니 치마폭에 숨어 하늘에서만 왕왕거리는 교장선생님의 축하인사를 수줍은 마음으로 들어야 했다. 유난히 콧물이 많아 4월이 되어서야 흰 손수건 뗄 수 있었던 내 짝꿍 무환이가 한달 째 자기 이름 쓰는 연습만 한다고 놀리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학원을 거친 아이도 앞으로 다닐 아이도 없다. 학원도 공부방도 모르고 영어를 몰라도 하나 이상할 게 없고 구슬치기, 비석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등 바깥 놀이하느라 학교 운동장 구석구석을 더 잘 알았던 아이들이었지만 유난히 몸과 가슴은 참 건강했다. 풋풋한 자연과 어우러져 여럿이 섞여 키운 그들만의 정서로 인해.

많이 배워 똑똑해지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출산율이 낮아 한 두 명의 자녀들을 마치 소 황제처럼 키우고픈 부모들의 마음. 폭풍과도 같이 몰아치는 경쟁 속으로 내 놓아야 할 내 아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더 많이 가르치고 배우게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질그릇이 채 마르기도 전에 서둘러 물을 저장하려다 낭패를 보는 것처럼 지나친 욕심에 아이들이 견뎌내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아직은 여린, 세상을 향해 막 첫발을 내딛는 입학생들이니 머리가 똑똑해지는 것 보다 가슴이 더 똑똑해지는 걸 배워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맺기가 우선되고 배려할 줄 아는 여유로움이 바탕이 되어 마음이 단단하게 영글었을 때 담겨지는 지식이야말로 비로소 오래도록 그 아이와 함께 갈 튼튼한 거름, 진정한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운동장 가득 활짝 피운 입학생들의 가슴마다 풋풋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할 각자 다른 꿈. 그 순수하고 어린 꽃들의 꿈들이야말로 꽃 중에 꽃이 아닐까 한다. 그 아이들의 설렘과 호기심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마치 막 터뜨리기 시작하는 꽃망울처럼 꿈을 머금고 있다. 저마다 색깔이 다른 그 꿈들이 세상 속에서 활짝 피어오를 수 있도록 어른들의 여유로운 기다림이 간절히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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