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과 회사팀이 경기하는 날엔 어느 편을 응원할 지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어요.”
올해부터 제10구단으로 국내 프로야구 리그에 참가한 KT위즈의 경기 때마다 KT 직원들은 색다른 고민에 빠진다.
오랜기간 응원해 온 자신의 지역 연고팀을 배신(?)하고 자사 구단으로 갈아탈 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팀을 응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따르는 건 아닐테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고향 팀을 외면하고 회사 팀으로 돌아서자니 수년간 지켜온 의리(?)상 차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치 양부모와 친부모를 놓고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는 자식의 모습을 연상케 해 피식하는 웃음까지 자아낸다.
이같은 고민때문인지 KT의 한 직원은 국내 프로야구 대신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열혈팬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KT 수도권강남본부 수원지사의 직원 나 모씨는 “1981년 국내 프로야구 출범 이후부터 작년까지 롯데 경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봐 왔는데, 올해 회사 팀이 리그에 참가하면서 어느 한 쪽도 맘 놓고 응원하지 못하게 되면서 MLB로 관심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 이글스의 골수팬이라고 자처하는 한 직원은 수십년간 몸 담은 직장에 대한 의리(?)로 KT로 마음이 기울었다.
KT 수도권강남본부 권 모씨는 “한화가 몇년간 리그 최하위에 있을때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줄기차게 응원해 왔을 만큼 고향 팀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각별하지만, 이제 KT위즈의 성적이 최대 관심사가 됐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 김 모씨도 “과거 삼성 어린이야구단에서 활동해 왔을 만큼 삼성라이온스는 어릴 적 꿈이고 희망이었지만, 회사 팀이 창단된 이후부터는 삼성 경기를 응원하면서도 웬지 마음이 개운치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한편 수원을 연고로 한 막내 구단 KT위즈는 지난 22일 SK를 2-0으로 이겨 시즌 3승째를 거두고 있다./윤현민기자 hmyun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