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가뭄대책으로 따가운 질타를 받은 한국농어촌공사(본보 6월23일자 4면 보도)가 장비운영에서도 헛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수억원의 첨단장비를 들여놓고도 올 가뭄피해를 막지 못해 각계에선 ‘무능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사업비 3억4천여만원을 들여 전국의 저수지와 물길의 정확한 수위를 측정해 적재적소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수자원 종합관리 체제’를 구축했다.
기존 ‘농촌용수 종합정보 시스템’과 ‘농업기반시설관리시스템’을 활용해 수리시설 및 물관리 DB를 통합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이전한 전남 광주 신사옥에 물관리 종합상황실도 만들어 전국 급수관리, 재해상황 등을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중이다.
직원 25명으로 구성된 물관리 종합상황실은 저수지 수위, 시설물 피해, 기상 관련 정보를 각 지사에 공유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저수지, 수로 등 농업기반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가뭄에도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게 농어촌공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장밋빛 기대와는 다르게 올해 경기 파주, 인천 강화 등을 중심으로 가뭄피해는 이미 확산되고 있다.
저수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이고, 수백 ha의 농경지는 물마름 현상까지 생겨 농민들의 원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재 경기지역 저수율은 33.9%로 평년대비 84.5%이며, 전국 평균 49%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강화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4.4%의 저수율을 기록중이며, 파주의 저수율도 22.5%로 곧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자 강화지역의 농경지 8.9ha는 모내기조차 시작하지 못했으며, 물마름 현상을 보인 면적도 840ha에 이른다.
이때문에 첨단 IT 장비를 활용하고도 가뭄에 대비한 저수지 수위를 유지하지 못해 매년 반복되는 가뭄재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억원대 최첨단 장비와 시스템을 갖춰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멀쩡한 장비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는 얘기다.
파주에서 25년째 논농사를 지어 온 장 모씨는 “첨단 IT 장비로 농업 수리시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가뭄에도 끄떡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 쳐놓고는 올해 가뭄재해는 더 크게 입어 벼농사는 이제 접어야 할 판“이라며 “농어촌공사 사장의 치적 따위에 신경쓰지 말고 고가의 장비와 시스템에 맞는 인력부터 갖추는 게 순서 아니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운영처 물관리센터 관계자는 “가뭄재해는 근본적으로 강수부족에 따른 측면이 커서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을 길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수자원 종합관리 시스템도 지난해 구축한 것이어서 올해 가뭄피해를 포함한 데이터들이 누적되면 차차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현민기자 hmyun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