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은 날려도 뿌리는 굳건 렌즈에 담은 ‘소나무의 기상’

2016.05.09 19:30:24 12면

내달까지 과천 한국카메라박물관
촬영기간만 3년 전국 방방곡곡 누벼
새벽안개 자욱 몽환적 분위기 연출
줄기 곡선과 껍질 질감 감상 포인트

 

김종세 사진작가 송림 전시회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나무는 소나무다.

장구한 세월 민족의 애환과 슬픔, 환희와 기쁨을 말없이 지켜본 산 증인이다.

푸른빛은 유교사회인 조선시대에서 청렴하고 지조가 곧은 선비를 상징하는가 하는가 하면 민간에서는 변하지 않는 부부의 금슬을 상징해 혼례상에 올려 지거나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힘을 가졌다고 믿어 새해에 대문 앞에 걸어두는 금줄에 사용되기도 했다.

또 죽은 이의 무덤가에 둘러쳐진 도래솔은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중국의 소수민족이 산을 깎아 일군 거대한 다락논 시리즈로 명성이 높은 김종세 사진작가가 자신의 여덟 번째인 송림(松林) 전시회를 오는 6월 30일까지 과천 소재 한국카메라박물관에서 개최한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국내 최초로 특수 제작한 LED 백라이트 조명판을 이용해 전시장에 들어서면 실내조명이 모두 꺼져 다소 어두운 속에서 액자 자체에서 품어져 나오는 빛에만 의존해 관람객들이 소나무의 줄기와 두꺼운 껍질의 질감을 마치 현장에서 보는 느낌을 갖게 했다.

안동, 예천, 문경, 아산, 경주 등 전국 30여 곳의 소나무 군락지를 찾아다니며 촬영한 기간은 3년이 걸렸고 전시회 준비작업을 끝내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려 그간 들인 정성과 애착을 짐작케 한다.

출사 시 사용했던 카메라는 1950년대 제작된 대형카메라로 20×25㎝ 크기의 필름을 사용해 사물의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한편 컬러로 인해 몰입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흑백을 선택했다.

박물관 지하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가 전국 소나무 군락지를 돌며 심혈을 기울여 촬영한 사진 중 엄선한 작품 36점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대부분 작품들은 이른 새벽에 찍어 안개가 자욱해 사뭇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을 바로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마치 소나무 숲에 들어온 느낌과 솔향기가 은은하게 배여 나오는 착각에 빠진다.

경주 삼릉의 도래솔은 수백 년 세월을 견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장엄하고 솔방울이 땅에 떨어져 자연 발아한 어린 소나무가 앙증맞다.

재선충으로 고사한 나무를 벤 흔적이 눈에 띄어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

 

 

 

신라 흥덕왕릉 송림은 중첩된 소나무의 배열이 돋보이고 셔터를 최대한 열고 타임을 장시간 줘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와 솔잎을 사실감 있게 담았다.

공주 곰나루에서 찍은 소나무는 눈을 소복이 맞은 가지와 줄기가 겨울정취를 느끼게 하고 또 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엔 우람한 밑동에 진달래꽃이 하늘하늘하게 피어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회는 전체적인 소나무 배열과 함께 여인네들의 허리처럼 휘어진 줄기의 아름다운 곡선과 클로즈업한 사진에서 거북등처럼 갈라진 두꺼운 껍질의 질감이 감상포인터 중 중요한 부분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소나무의 기개와 강한 비바람에도 가지와 솔잎은 날려도 뿌리와 기둥은 흔들리지 않는 굳은 의지를 표출하고자 했고 전면에 둥치가 큰 소나무를 뒷면에 작은 소나무를 배치해 안개로 인해 점점 옅어져가며 중첩돼 있는 정경을 찍었다.

김종세 작가는 “우리 민족의 나무인 소나무가 병으로 죽어간다는 뉴스를 접할 때나 이번 촬영을 위해 전국 유명 송림 지역을 찾을 때 병으로 많이 베어진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사진으로나마 지금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생각에 이번 전시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과천=김진수기자 kjs@

 

김진수 기자 kj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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