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달 3월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봄의 전령들이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는, 말 그대로 ‘환희’를 꿈꾸는 계절이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와 더불어 인간이 머무는 세계에도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머지않아 산과 들을 찾는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며 새단장을 꿈꾸는 대형공사현장의 크레인 박동소리가 힘찬 기지개를 켤 것이다. 바야흐로 생명이 숨쉬는 계절이다.

그러나 이 아름답고 화려한 계절에도 우리들의 역동적인 삶에 발목을 잡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화재를 동반한 인재(人災)다. 인재는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주의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에든 예외없이 찾아든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14년 5월 26일 고양버스터미널 지하공사장 화재와 2017년 2월 4일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건물 화재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 주었다. 용접·용단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공사를 감행한, 그야말로 사소한 부주의가 부른 대표적인 인재다.

해빙기 시작을 알리는 3월이다. 예전과 달리 요즈음엔 겨울철(2천636건)보다는 봄철(3천77건)에 화재가 더 많이 발생한다. 최근 5년간 경기도 화재발생 통계를 보더라도 그런 현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장, 주택, 상가 등의 화재는 차치하더라도 계절이 부른 화재, 즉 밭둑 불태우기와 모닥불 등의 화원방치, 등산객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등으로 야외성 화재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야외성 화재는 규모로 보나 소방대응력으로 보나 범국가적으로 큰 손실로 이어져 왔다.

인재를 부르는 또 하나의 암초는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의 기온이 올라 녹기 시작하면서 공사장, 축대, 옹벽 등 구조가 약화되어 균열 및 붕괴 같은 대형 안전사고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2월에는 판교신도시 내 터파기 공사현장이 붕괴되어 사망자 3명과 부상자 7명이 발생한 바 있으며, 2015년 2월에도 광주에서 아파트 옹벽 붕괴사고로 차량 30여대가 매몰된 사고도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인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들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인재는 사람의 힘을 빌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우선 건설현장에서 용접·용단시에는 주변에 가연물을 제거하고 소화기를 비치한 뒤 반드시 현장안전관리자 입회하에 실시해야 한다. 또 비화(불똥)현상은 바람의 영향에 따라 최대 200m까지 멀리 날아가기에 봄철 농작물 파종기를 맞아 밭둑 불태우는 행위와 모닥불 피우는 행위 등을 일체 금지해야 한다. 또한 입산자는 당연히 금연해야 하고 취사행위와 모닥불 행위는 허용된 지역에서만 해야하고 공사장에서는 주변 도로나 건축물 등 지반침하, 옹벽균열 등 위험사항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9세기 유명한 선승인 임제선사는 “기적이란 물위를 걷는 게 아니라 땅위를 걷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이 순간에 살아있고 발걸음을 옮기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인 것이다. ‘안전’을 기본바탕으로 인재가 없는 평온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지금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시길 바란다. 인재예방은 작고 사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관심 갖고 챙기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따사로운 봄! 안전의 기조 아래 봄이 지휘하는 교향곡을 마음껏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