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작은 일에 충실하기

2017.03.14 20:02:36 16면

 

‘항우 칡넝쿨에 죽었다’는 동양의 격언이 있다. 힘이 세기로 천하에 무적이었던 항우는 마지막 싸움에서 칡넝쿨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포로가 되어 처형당했다. 이처럼 항우 같은 천하장사도 눈앞에 칡넝쿨을 보지 못하면 패배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일러 주는 교훈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재능이 있고 업적이 있어도, 작은 실수 하나에 평생 쌓은 업적이 허물어지게 되고 종래에는 실패자로 몰락하게 된다.

반대로 작은 베풂이 일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때의 이야기다. 인민군이 대구를 함락시키려고 밀어닥칠 때였다. 청년 정주영이 차를 몰고 대구로 들어가는 길에 어느 서양 여인이 길가에 고장난 차 곁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차를 세우고 고장난 차를 돌아보니 전선 하나가 끊어진 간단한 고장이었다. 쉽게 고쳐 주었더니 그 여인이 남편의 명함을 주면서 연락해 달라 하였다. 대구 주둔 미8군 사령관의 아내였다.

며칠 후 비가 와서 일을 나가지 않는 날에 명함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더니 남편이 반가워하며 자기를 만나러 오라 하였다. 청년 정주영을 만난 남편은, 아내에게 고마운 일을 해주었으니 자기가 도와줄 일이 없겠느냐 하였다. 정주영이 생각 끝에 미군 부대에서 폐차되는 낡은 차를 사고 싶다 하였다. 사령관인 남편이 이에 기꺼이 응해주어 이 일이 현대 그룹의 시작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평안도에 집이 가난하여 머슴살이 하는 한 청년이 있었다. 머슴살이를 하면서도 조금도 비관하지 아니하고 열심히 일하며 주인을 섬겼다. 그는 아침마다 주인의 요강을 정성스레 닦아놓곤 하였다. 이런 모습을 눈여겨본 주인이 머슴살이로 마치기엔 아까운 일꾼이라 생각하여 숭실학교로 보내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다. 숭실학교를 졸업하고 일본메이지 대학 유학까지 한 후 고향으로 내려가 오산학교 교장이 되었으니, 그가 바로 그 유명한 조만식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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