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완장

2017.05.15 21:02:51 16면

 

완장

                                                    /황상순



완장은 초등학교 때

주번완장 차 본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흘러내리는 완장 고쳐 올리며

못내 어색하기만 한데

임종도 못 지킨 불효 죄스러워

팔에 두른 완장이 돌확처럼 무거운데

국장님도 과장님도 완장에 기죽어

엎드려 큰절들을 하고 가네

정족리 돼지엄마 육천 삼백 원

삼천동 김숙희 만 오천 원

비뚤비뚤 침 묻혀 쓴 외상장부로

자식들 알곡 들일 일만 남았는데

까만 줄 선명한 완장

마지막 선물로 주시고, 어머니

미소만 짓고 계시네

삼베완장 무거워 자꾸 흘러내리네

-시집 ‘오래된 약속’


 

해학과 익살을 버무려 촌철살인의 시를 쓰는 이 시인의 시는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짙은 페이소스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서 보듯 완장은 때로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시인은 어머니의 장례를 맞아 두른 완장이 일종의 권력용인듯 뭇 조객들의 조문을 받고 있지만 임종도 못 지킨 불효에 가슴을 치는 아픔을 이 시를 통해 넌지시 보여준다. 누군들 부모의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겠는가. 후회는 늘 돌이킬 수 없을 때 오는 법, 역설적이게도 완장으로 대변되는 자격은 헛것인데 죽음에 이르러 부모는 자식에게 늘 이런 선물을 마지막으로 주고 가신다. 완장을 통해 드러낸 영결의 순간이 절절하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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