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질그릇

2017.06.01 20:09:14 16면

 

질그릇

/尹錫山

경주박물관 한 귀퉁이, 조명마저 다소 비켜간 자리

못생긴 질그릇 하나 놓여 있다.

본래부터 그 자리가 제 자리인 양

자리를 잡고 앉은 질그릇.

아무것도 보일 것 없는 속, 모두 드러내놓고

그저 그렇게 놓여져 있다.



있는 속, 없는 속 모두 드러내놓고 사는 요즘.

아무리 속 다 드러내놔도

들여다보는 이 하나도 없는,

지지리 못난 질그릇 하나

세상 한 귀퉁이,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자리하고 있다.

- 尹錫山 시집 ‘나는 지금 운전 중’

 

 

 

있는 속, 없는 속 모두 드러내놓고 살아야 그나마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속이 깊어 그 속을 다 들여다볼 수 없거나 속이 얕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그 속을 간파당하거나 간에, 어쩔 수 없이 속을 드러내야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쓰임새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 못생긴 질그릇을 보라. 보잘 것 없는 속을 다 드러내놓고 있다. 모두들 각자 제 속을 드러내느라, 남의 속을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는데도, 지지리 못난 이 질그릇은 조명마저 비켜간 한 귀퉁이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박물관의 빈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김명철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