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보스톤마라톤 영웅’ 이젠 하늘에서 달리다

2017.06.27 19:51:55 15면

당시 2시간25분39초 세계新 우승
광복후 힘든 시절 국민에 희망 줘
故 손기정 감독과 ‘펑펑’ 우승 눈물

 

육상원로 서윤복 옹 별세

육상 원로 서윤복 옹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27일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서윤복 옹은 이날 오전 4시40분쯤 세상을 떠났다.

1923년 서울에서 태어난 서윤복 옹은 24세이던 1947년 4월 19일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25분39초의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세계 4대 마라톤 중 하나인 보스턴 마라톤의 사상 첫 동양인 우승이었다.

그는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어렵고 힘든 시절에 국제마라톤 대회를 제패, 한국의 존재를 세계만방에 알리고 국민에 희망을 줬다.

정부가 수립되기 전이니 엄밀히 말하면 무국적이었다.

서윤복은 일본 강점기 일본인들이 입던 헌 옷을 입고 동대문에서 헌 스파이크 운동화를 구해 밑창의 못을 빼고 리어카 바퀴의 고무를 잘라 덧대 신고 훈련에 매진했다.

보스턴 마라톤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때는 미군 군용기를 얻어타고 갔다.

당시 우리나라 육상대표팀 감독은 일제식민지 시절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고 손기정 옹이었다.

서윤복의 우승이 확정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이듬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된 이승만 선생은 귀국한 서윤복에게 “난 몇십 년 동안 독립운동을 했는데도 신문에 많이 나오지 못했다. 그대는 겨우 2시간 조금 넘게 뛰고도 신문의 주목을 받는구나”라는 농담했다고 전해진다.

김구 선생은 ‘족패천하’(足覇天下: 발로 천하를 제패하다)라는 휘호를 써줬다.

서윤복 옹은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육상 지도자로 변신, 후배를 육성하는 전문 체육 행정가로서 한국 체육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대한육상연맹 전무이사, 부회장, 고문,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13년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영웅에 선정됐다.

장례는 대한체육회장으로 거행된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9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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