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

2017.07.12 19:18:23 16면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 /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몇 해 전 어느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방영되어 화제가 된 초등학교 2학년의 시다. ‘아빠는 왜?’란 제목의 이 시는 냉장고, 강아지보다 못한 아빠의 무력한 존재감을 드러냈기에 전국 아빠들을 무척 슬프게 만들었다. 예로부터 “집만 한 곳이 없다”고 했다. 집이란 부모와 자녀가 한 밥상에서 먹고 마시고 대화하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작은 사회의 공동체이며 가정이다.

통계청이 5년 주기로 조사하는 ‘한국인의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 평균 가족식사 시간은 37분 미만, 가족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시간은 겨우 26분이었다. 가정 내 소통의 문제점들을 수치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앞선 시(詩)가 미숙한 어린이의 착각만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OECD는 매년 총 여섯 가지 영역에 대한 조사를 통해 행복지수 결과를 발표하는데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회원권 중 6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교육’과 ‘행동생활양식’에서는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고,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에서는 OECD 평균보다 10점이 높았다. 이는 우리 자녀들의 행복이 결코 성적, 물질적 혜택과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 가지 더 눈여겨 볼 점은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초등생 4학년부터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 한 가지는 무엇인가’를 물어본 설문조사 결과이다. 초등생과 중학생의 공동 1위는 ‘화목한 가정’이었고 이어서 건강, 자유, 친구 순이었다. 그러나 고학년일수록 ‘가족’이라는 답변이 낮아져서 고교 3년생들은 가족(20.5%)보다 돈(26%)이라고 응답했다. 고학년일수록 행복의 기준을 물질적인 가치에 맞추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어린 자녀들은 부모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사회적 지위의 고하 등에 상관없이 성장, 독립할 때까지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결혼을 회피하고 아이 갖기를 망설인다. 결혼을 해도 이혼도 많아 안타깝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은 부부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아이들이 배우고 자라나는 교육장’이란 점이 우리 사회에 더욱 각인되어야 한다.

내 자녀에게 물질적 지원만 해주면 학교나 학원이 알아서 다 잘 가르쳐 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가정이 할 일이 있고, 학교가 할 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밥만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라야하며, 모든 것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 성인이 되어도 속 썩이는 자녀들에게 ‘너희를 위해 일만하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소통이 없으면 서로의 마음을 알 길도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건강한 바탕에서 바로 자라고, 어버이와 스승이 대접받고, 부부는 신뢰를 기본으로하는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가정이 살아야 사회가 살고, 나라가 사는 것임을 새삼 되새겨야한다.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그의 시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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