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김장은 이웃공동체의 상징

2017.11.08 18:56:39 인천 1면

 

얼마 전, 프랑스의 유명 요리가가 한국에 와서 한국음식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 유럽에서 한국음식 전도사로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는 TV장면을 보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음식의 매력은 발효에 있다”고 인터뷰하면서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의 발효식품은 한국인에게 ‘삶’ 자체인 것 같다”고 했다.

우리민족의 독특한 발효 식품인 김치는 우리의 자연 환경과 조상의 슬기로운 음식 솜씨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옛부터 우리 민족은 농경민족으로서 곡물 위주의 식생활을 영위하면서 채소를 즐겨먹었고 청명한 기후와 산수가 풍요로워 채소가 연하고 향미도 뛰어나다. 또 계절 변화가 뚜렷하여 다양한 채소를 즐길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생산되지 않고 저장도 어려워 건조 처리나 소금 절임 등 가공에 남다른 슬기가 필요하였다.

이처럼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철에 저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김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김치의 재료는 한반도에서 재배하는 채소뿐 아니라 자생하는 산나물, 들나물이 모두 이용되었다. 참으로 우리 조상의 지혜가 대단한 것 같다. 김치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히 모르지만 대체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도 발효식품 중에 대명사는 ‘김장김치’가 아닌가 싶다. 김장김치는 지방에 따라 나오는 채소와 양념이 다르므로 종류도 무수하다. 물론 담그는 시기와 방법도 지방 마다 다양하고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효능도 과학적으로 입증해 내고 있다.

대체로 김장김치는 배추를 절이고 무채를 썰어 넣고 쑥갓·파·마늘·생강 등의 향내 나는 갖은 야채를 섞어주고, 새우젓·액젓·소금 등으로 간을 맞추고, 설탕과 고춧가루로 단맛과 매운맛을 만들면 김장이 완성된다.

김장은 그 맛도 맛이거니와 김장의 최고 매력은 어울림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배추와 갖은 채소, 다양한 양념의 어울림은 함께·같이 할수록 그 맛이 더욱 깊어진다. 알 듯 말 듯한 그 미묘한 맛에 우리는 평생을 김치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 김치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가 아닌가? 그 김장 속에 담긴 철학은 더 오묘한 것 같다.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더 신비로워지는 그 맛, 그 맛 속에 바로 우리민족의 정신이 들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이웃과 어울리며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왔다. 서로 다른 형편과 처지의 이웃과 함께해 오는 전통은 아마도 김치철학으로부터 나온 것 같다.

전국적으로 김장을 담그는 철이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은 물론 대부분의 읍면동 새마을 부녀회는 김장을 담그며 한 해를 마무리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녀회원들은 각 시군, 읍면동 마다 다양한 종류와 수량의 김치를 담그며 주변에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즐거워하며 저마다의 땀과 노력과 재화를 제공한다. 일부 시군에서는 봄부터 농한지를 활용하여 배추를 파종 한다. 그들에겐 심는 일도 거두는 일도 담그는 일도 모두가 즐거운 과정이다. 보통 2~3일씩 김치를 담가도 피곤해 하지 않는다. 손수 이웃을 위해 “아름다운 하모니의 김치를 만들어 드릴 수 있다.”는 보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우리 주변에는 벌써부터 겨우살이를 걱정하는 분들도 참으로 많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외계층,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등 국가사회안전망에서 다 보살피지 못하는 이들을 보살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사회공동체, 이웃공동체 정신인 것이다. 이런 일이야 말로 진정한 김치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행동일 것이다.

올해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정성껏 담가드리는 김장을 먹고 모두들 행복 했으면 좋겠다. 이웃을 향한 끝도 없는 부녀회원 들의 매운 열정은 우리사회를 녹여주는 난방 난로와 같다고 생각한다. 절임배추에 맛있는 잘 버무려진 채를 넣고 수육과 함께 보쌈을 먹는 참 맛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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