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전세자금 그림의 떡

2004.04.09 00:00:00

연봉 2천만원 이하.미혼 경우 대출 사실상 못받아 무용지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행하는 근로자.서민주택전세자금 대출이 연봉 2천만원 이하나 미혼인 서민에게는 문턱이 높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근로자.서민주택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금융신용보증서가 필요하지만 연봉 2천만원 미만인 서민들은 7등급 이상의 낮은 등급이 나와 대출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9일 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근로자.서민주택전세자금 대출을 할 경우 최고 6천만원 이내에서 전세금의 70%를 대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기본자본금의 고갈로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주택금융신용보증을 10등급에서 8등급, 8등급에서 6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더욱이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3천500억원의 자금출연을 했으나 올해는 30%도 못미치는 수준인 1천억원을 출연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봉도 2천만원 미만이고 연대 보증인도 없는 서민들은 전세자금 조차 대출 받기 어려워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다.
박모(안양시)씨는 부채나 연체가 없는 연간 소득 1천800만원인 성실한 도민이다. 국민주택기금으로 근로자.서민 전세 대출을 해 준다는 것을 듣고 전세 보증금 1천만원 중 700만원을 대출을 받기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신용등급을 조회해 보니 7~10등급이 나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박씨는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은 연간소득 2천만원 이상의 도민들보다 2천만원 이하의 도민들에게 더 절실한 자금”이라며 “대출을 믿고 전세 계약을 했지만 대출을 받지 못하게 돼 계약금만 날리게 됐다”며 답답한 심정을 표출했다.
정모(수원시)씨도 결혼을 하기 위한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근로자.서민 전세대출을 받기로 결심했다.
정씨 역시 카드채나 연체가 하나도 없는 성실한 1천400만원대의 연봉자다. 하지만 대출 가능 신용도 7등급을 초과해 그의 결혼은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주택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가계 부채 증가로 대출된 자금에 대해 상환을 하지 못하고 있어 단계적으로 대출 가능 신용도를 상향 조정했다”며 “연간 소득 1천만원 이상이거나 재산세를 납부하는 연대 보증인이 있으면 대출을 해주는 등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민혜기자 lmh2@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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