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꼬리뼈를 벽에 걸다

2018.05.09 19:58:37 16면

꼬리뼈를 벽에 걸다

                                 /이해원


꼬리뼈가 탈이 났군요


꼬리 한 번 흔든 적 없는 데 꼬리가 있다니

내 전생은 짐승이었나


꼬리뼈를 만져본다

사라진 흔적이 남아 있다

꼬리는 언제 퇴화했을까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방 안을 기어 다녔고

망아지처럼 들판을 뛰어다녔다

달리기를 잘하고 당근을 잘 먹는 나는

어쩌면 말이 아니었을까

히잉 투레질을 하며 말 걸음을 흉내 낸다

저릿저릿 통증이 퍼진다


낮게 엎드린 계단이 발을 걸고 세상의 길이 꽉 막혔다


몸 밖으로 비명이 튀어나온 날

숨어있던 꼬리뼈가 나를 받아 주었다

보이지 않는 꼬리뼈가 내 몸의 의자였다


-시집 ‘일곱명의 엄마’


 

인류의 기원을 700만년~500만년 전으로 볼 때 최초의 조상으로 회자되는 라마피테쿠스 이후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기까지 인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늘 궁금하다. 정말 우리의 먼 조상들에겐꼬리가 있었을까? 직립원인으로 진화하면서 꼬리의 기능이 필요치 않아 퇴화했을까? 그 먼 기억을 붙들고 아직도 꼬리뼈는 대대손손 그 흔적을 대물림하는 것인가? 혹시 그 꼬리를 가졌던 업보로 짐승처럼 버거운 짐을 짊어지고 강파른 세상벌판을 달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과부하가 걸린 꼬리뼈가 드디어 탈이 나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꼬리뼈로 인해 더 난감해지는 비탈길을 비켜 달릴 수 있는 것이겠거니 여기는 시인의 위트 있는 역설이 돋보인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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