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시시포스 나비

2018.07.17 19:59:00 16면

 

 

 

시시포스 나비

                                   /이윤훈



바위 위 나비가 몸을 부린다



생의 마지막 착지까지 자신을 올렸다 내려놓는 일



그 아찔한 노역



그동안 나비를 오역했다



이 세상 나비처럼 가벼이 건너고 싶다는 말, 거두기로 한다



-시집 ‘생의 볼륨을 높여요’


 

 

 

언젠가 호랑나비가 작은 쥐똥나무꽃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을 본 적 있다. 가지가 휘청거리는 것도 아랑곳없이 꿀을 탐하는 모습을 보고 나 역시 아찔한 노역이라 생각했었다. 하루살이나 날파리처럼 아주 하찮은 목숨일지라도 살고자 하는 본능 앞에서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다를 바 없는 사투의 행위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나비의 이미지는 가벼움의 대명사지만 바위 위에 몸을 부리는 나비의 모습에서 그 이면을 꿰뚫고 그동안의 오역을 깨닫는 시인은 이러한 생명의 속성을 통해 시시포스의 형벌을 떠올렸으리라. 비단 나비뿐이겠는가. 가벼이 생을 건널 것 같은 나비가 저러할진대 평균 3만 여일을 하루하루 살아내야 하는 인간에 있어서랴! 표층적 인식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한 발 다가서게 하는 매개체로서 작동한다. 시시포스의 바위를 등에 지고 오늘도 숱한 우여곡절과 질곡의 절벽을 기어올라야 하는 우리들의 비애가 겹쳐 읽히는 것이다. /이정원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