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마크 로스코

2018.10.28 19:11:00 16면

마크 로스코

                               /나희덕



적갈색 위에 옅은 빨간색이 스며들 때

적갈색 위에 검은색이 번져갈 때



면은 또 하나의 면을 향해 나아간다

안간힘으로

색이 색을 찢고 나오고

색면들 사이로

불에 타버린 입술은 무어라 달싹거리고



마음을 소등한 자에게만 보이는

희미한 빛은

끝내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적갈색에게로 가는 검은색,

그가 죽음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벽이 간신히 못을 삼키듯

검은색 위에 더 짙은 검은색이 내려앉을 때

검은색이 비로소 한 줄기 빛이 될 때

 

 

‘색채 속으로 사라진 로스코’ 이 말은 마크 로스코와 친교가 두터웠던 뉴욕 화파 화가, 로버트 마더웰의 표현이다. 시 ‘마크 로스크’는 그의 해석에 동의하는 것일까. “적갈색 위에 옅은 빨간색이 스며들 때/ 적갈색 위에 검은색이 번져갈 때” 이 이동은 ‘스며듬’과 ‘번져감’으로 작동된다. 이것은 삶에의 의지일까. 죽음에의 의지일까. 당신의 기억은 ‘스며듬’으로 ‘번져감’으로 고정을 부정한다. 당신의 모진기억들, 혁명을 조장하는 자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다스리던 차르 황제의 비밀경찰에 대한 기억일테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조국을 떠나던 그때의 폭발 직전의 기억일까. “마음을 소등한 자”의 움직임은 이 시간을 간곡히 이겨내는 누군가의 통점과 연결이 된 것일까. “적갈색으로 가는 검은색”앞에서 누군가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앉아 있다. 붉음 더 붉음을 향해 나아가는 붓질을 상상하며 “검은 색 위에 더 검은 색”을 허락하며 “검은 색이 비로소 한줄기 빛이 되기”를 꿈꾸며. 당신의 색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된다면 당신의 죽음위에 한 줄기 ‘빛’이 미소처럼 번질까. /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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