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땅에다 쓴 시

2018.12.02 19:41:00 16면

땅에다 쓴 시

                             /최문자



나는 땅바닥에 대고 시를 썼다

돌짝도 흙덩이도 부서진 사금파리고

그대로 찍혀 나오는 울퉁불퉁했던 삶

삐뚤삐뚤 한글 자모가 나가고

미어진 종이 위에서

연필은 몇 자 못 쓰고 부러졌다

지금지금 흙부스러기가 씹혔다

숨기고 있던 내 부스러기들이 씹혔다



더 이상 세상에 매달리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땅바닥에 와 있었다.

죽은 꽃잎에 대고

죽은 사과알에 대고

작은 새의 죽은 눈언저리에 대고

꾹꾹 눌러썼다

에서겔서의 골짜기 마른 뼈처럼

우두둑 우두둑

무릎 관절 맞추며 붙이며

죽은 것들이 일어섰다



나는 흙바닥에 대고 시를 쓴다.

죽음도 사랑도 절망도 솟구치며 찍혀 나오는

미어지는 종이 위에 꾹꾹 놀러 쓴다

몇 자 못 쓰고 부러지는 연필 끝에

침 대신 두근거리는 피를 바른다

시에서 늘 피린내가 풍겼다

 

 

인간은 흙의 존재다. 인간은 땅에 발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고 산다. 그러한 인간에게 허락된 땅위에 예수는 사랑과 용서를 써주셨다. 시인이 땅에다 쓴 시는 굵거나 가늘거나 크거나 작거나 삶의 조약돌이나 모래사이 예수가 쓰신 생명의 노래를 다시 노래하고 있다. 세상의 터전위에 꾹꾹 눌러쓴 우리의 시는 어쩌면 침 대신 피가 묻어있을지 모른다는 자기반성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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