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춘향의 노래

2019.02.21 19:09:00 16면

춘향의 노래

                         /복효근
 


지리산은

지리산으로 천 년을 지리산이듯

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



섬진강은

또 천 년을 가도 섬진강이듯

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섬진강이 깊어진 제 가슴에

지리산을 담아 거울처럼 비춰주듯

도련님은 내 안에 서있는 산입니다



땅이 땅이면서 하늘인 곳

하늘이 하늘이면서 땅인 자리에

엮어가는 꿈

그것이 사랑이라면



땅 낮은 섬진강 도련님과

하늘 높은 지리산 내가 엮는 꿈

너나들이 우리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입니다.


 

 

 

소설 속 춘향의 연정은 죽음마저 불사하는 뜨거운 불같은 열애의 그것이라면, 시 속 춘향의 연정은 한껏 기품이 있고 심오한 강물 같은 사랑이다. 조선시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멋들어지게 살리면서 지리산 같이 높은 도련님과 섬진강 같이 깊은 춘향이가 하나가 되어 서로를 안고 서로를 품으며 도도히 흘러간다. 사랑이 이처럼 높고 깊어 숭엄할진대 하루가 천 년의 값을 감당하고도 충분히 남을 것이다.문득 남원이 그립고 섬진강이 그립고 지리산이 그리워진다. 어디쯤엔가 봄이 오고 있을 것이다. 매화는 벌써 얼음 풀린 섬진강에 발을 씻으며 사춘기 소녀처럼 젖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고, 산수유나 진달래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고운 눈을 부비며 지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설레고 있을 것이다./김인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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