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돌봄, 2주간 또 어떻게 버티나”… 맞벌이 부부 시름

2020.03.17 20:33:00 19면

유치원·초·중·고 개학 3차 연기
가족돌봄휴가 더 사용하기 곤란
초교 등 긴급 돌봄교실도 불안감
3차 수요조사서 신청자 2.2%뿐
“밥만 챙겨주고 출근 가슴아파”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되자 돌봄공백 장기화에 한계를 느낀 학부모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학교에 흔쾌히 보내기도 어렵다는 게 대다수 학부모 입장이지만, 당장 선택지가 없는 맞벌이 가정은 잇따른 개학 연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17일 오후 전국 학교 개학을 4월 6일로 2주일 더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과 이달 12일 발표에 이어 3차 개학 연기로, 개학이 연기되는 동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해오던 긴급돌봄은 오후 7시까지 계속 제공한다.

이날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수원에서 가정 방문 독서지도사로 일하던 김모(35·여)씨는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부모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잠시 중단했지만, 더 미루기는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수업을 재개하면 당장 8살 자녀를 돌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편은 휴가를 쓰기 힘든 상황이고 시댁과 친정 모두 먼 곳에 계셔서 남들처럼 ‘부모 찬스’도 쓰기 어려운 처지”라며 “결국 어린이집이나 학교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뿐인데 감염 우려 때문에 돌봄교실에 보내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현재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긴급돌봄 참여율은 현저히 낮다.

교육부가 이달 6∼9일 벌인 긴급돌봄 3차 수요조사에서는 초등학생 272만1천484명 가운데 6만490명(2.2%)의 학부모만이 긴급돌봄을 신청했다.

나머지 아동은 ‘부모 돌봄’이 2만8천676명(68.8%)으로 가장 많았고 친인척 돌봄 3천576명(8.6%), 아이 돌보미 이용 180명(0.4%) 순이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경우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비율은 더 낮았다.

이처럼 대다수 가정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자녀를 되도록 집에서 돌보고 싶어하는 상황이지만 맞벌이 부부는 그마저도 어렵다.

근로자인 양육자를 위한 가족돌봄휴가나 재택근무 등의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실제로 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용인에 살며 초등생 자녀를 둔 이모(37)씨는 “얼마 전 열흘간 재택근무를 신청했는데 집에서 혼자 자녀를 돌보면서 일에 집중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추가로 연장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는 멈췄지만 직장 일은 멈추지 않았다”며 “이런 시국에 맘 편히 장기간 돌봄휴가를 낼 수 있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싶다”고도 덧붙였다.

수원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임모(36·여)씨 역시 “남편도 자신도 더 휴가를 쓸 여력이 없다”면서 “매일 아이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차려놓고 출근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임씨는 “개학 연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밥만 챙겨주고 나올 때마다 늘 가슴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수·편지수기자 khs93@

 

김현수 기자 khs93@kgnews.com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