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의 마음을 담은 투표지

2020.04.08 18:17:00 인천 1면

 

 

 

 

 

정신없어야 할 선거철이 왔는데, 너무도 조용한 봄날을 보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어쩔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경제도 어둡고, 마음도 어두워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해야 하고, 나라를 위해, 지역을 위해, 나를 위해 일해 줄 사람들은 선출되어야 합니다.

마운틴맨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도의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만삭이던 아내가 가파른 산에 오르다가 미끄러져 크게 다치게 됩니다. 다친 아내를 업고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거대한 돌산이 가로 막고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병원은 돌산을 돌아 55㎞는 가야 했습니다. 아내를 업고 달리고 달렸지만 결국 그녀는 죽게 되었습니다. 이 남자는 눈앞에 있는 산만 없었다면 자기 아내는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심을 했습니다. 돌산을 깎아 길을 만들겠다고…. 다시는 자신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많은 이들이 그를 비웃었지만 정과 망치만으로 22년에 걸쳐 돌산을 깎았습니다. 병원에서 마을까지의 거리가 55㎞에서 15㎞로 단축된 길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길 덕분에 병원에 쉽게 갈 수 있었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마을 청년들은 이웃 마을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마운틴맨’이란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선거에 관하여 말 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지역의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는 일을 혼자서, 오랜 시간 동안 했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서 했다면, 22년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길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마운틴맨은 자신이 당한 아픔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돌산을 깎는 일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그가 했습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민식이 어머니가 해서 아이들의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은 김용균 어머니가 했기 때문에 하도급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로 인해 음주음전에 대한 윤창호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돌산을 깎은 것입니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말합니다. “더 이상 마음 아픈 사람이 없게 해 달라.”라고 말하기도 하고, “내 희망을 채워 달라.”라고 독촉하기도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투표용지 한 장에 마음과 생각을 담아서 말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마운틴맨은 혼자 그 힘든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그 일들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혼자만의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투표는, 어렵고 힘들고 불가능한 일들을 혼자하지 말고, 여럿이서 함께 하자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담아내는 투표!

자신의 희망을 담아내는 투표!

더 좋은 미래를 소망하는 투표!

우리가 투표하는 그 한 장의 투표용지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투표를 하면 내가 원하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세상에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투표는 힘이 있습니다. 함께 할 때에 더 큰 힘이 생깁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투표지에 내 욕심이 있든, 이웃의 아픔이 있든, 지역의 현안이 있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번 4월 15일! 나의 투표지에 무엇을 담고 싶은가요?

 

김강길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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