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서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긴급재난지원금

2020.05.17 20:00:00 18면

정부, 재래시장 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현황 조사 안해
노점상·영세상인 “몇 만원 버는데 카드 취급 어렵다”

 

정부가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사용을 제한했지만 영세상인이 몰려있는 재래시장에서도 사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별도의 재래시장 카드 단말기 설치 현황 조사나 상인들에게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주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카드 포인트 형태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급된 지원금은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유흥업, 사행업, 귀금속·상품권 매장 등에서 사용할 수 없다. 소상공인 매장을 중심으로 지원금이 풀려 내수가 진작될 수 있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막상 재래시장에서는 지원금이 지급된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매출이 적고 매대 운영이 불규칙하다는 이유 등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데다 카드 결제 단말기조차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국내 전통시장 내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율은 지난 2018년 기준 70%가량에 그쳤다. 이마저도 당시 상설 판매대 상인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조사한 내용이어서 최근 실정과는 차이가 있다.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의 한 상인 김모(58·여)씨는 “매장없이 장사하는 노점상들은 매출 규모가 적어 대부분 카드 결제 단말기가 없는데다, 나이 많은 영세 상인들은 단말기가 있어도 다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시장의 또 다른 상인 박모(67)씨는 “튀김 같은 주전부리 한 봉지도 카드로 계산하려는 손님들이 늘고 있지만 단말기가 없어 팔지 못할 때도 있다”며 “기껏 하루 몇 만원 버는데 카드를 취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부분 무등록 점포인 노점상의 경우 매출에 따라 제때 물건을 구입하지 못할 때도 있다”며 “재난지원금을 쓰려는 사람들로 시장 이용객은 늘 수 있겠지만 지급된 카드 포인트가 매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으로, 일선 지자체는 지원금을 원활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하고 있다”며 “재래시장으로 유입되는 지원금 규모는 적지 않겠지만 영세상인 등에 대한 보완책은 정부에서 마련해 시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khs93@

 

김현수 기자 khs93@k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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