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코로나로 비껴간 비운의 세대 꿈은 크다

2020.06.16 04:00:00 3면

2002년 월드컵 열풍 속에서 태어났지만
초·중학생 시절 세월호로 수학여행 못가
무상급식·무상교복, 혜택 대상에서 제외
코로나 19 수업 중단… 대학 진학 어려움

올해 총선서 처음으로 투표권 행사 실시

 

■ 창간 18주년에 만난 18세 그들


2022년 월드컵 열풍속에서 태어난 2002년생이 올해로 만 18세를 맞았다. 고3, 한참 꿈 많을 나이지만 격동하는 한국사회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비운의 세대”라고 말한다.고3 학생들은 어릴때부터 우리 역사의 큰 흐름을 체험해야 했으며, 교육과정의 변화 ‘원년’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꿈꾼다. 조금 먼 미래에 4차 산업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다. 비대면(언택트) 사회가 보편화되고 4차산업 혁명이 진행중인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의 중심에는 ‘농업’이 자리한다.본지가 창간 18주년을 맞아, 올해 18세가 된 고3 학생들을 만났다. 특성화고교 열풍이 불면서 ‘소신’을 갖고 농생명과학고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편집자주>


내년 대학진학을 앞둔 2002년 생 A양은 “12년 학창시절의 추억이 별로 없다. 수학여행은 간 적도 없고, 곧 다가올 대입도 불안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한다.


월드컵 열풍속에 태어났지만, 불운의 세대로 일컬어지는 2002년생. 지난 13일 만난 A양과 B, C군은 “친구들은 우리가 사회의 희생양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수학여행을 한번도 못갔다. 기껏해야 당일치기 여행이 그의 기억에 있는 친구들과의 여행이다.


A양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2014년 4월 15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모든 수학여행이 금지됐다. 친구들과 2박3일의 수학여행을 꿈꿨던 A양은 결국 “생애 처음으로 부모곁을 떠나 친구들과 떠나는 수학여행의 설레임”을 포기해야 했다. 세월호의 여파는 중학교까지 이어지면서 “수학여행을 한번도 못간 학년”이 됐다.

 


2015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시행된 자유학기제로 인해 A양 등은 선배들과 다른 중학교 생활을 해야 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 과정을 학생 참여형 수업을 듣고, 다양한 체험 활동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다.


교사도, 학부모도, 선배들도 생소한 자유학기제 첫해를 맞아 A양은 “혼자 알아서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중학교 1학년을 보냈다. 이 학생들은 직업 체험 박람회도 찾고, 봉사활동도 참여하면서 자유학기제를 보냈다. 하지만 시험이 없는 학교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수업 후면 학원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해야 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이들은 고민 끝에 특성화고를 찾았다. 특성화고 전형과 종합전형 등을 고려할 때 대학진학에서 특성화고교의 장점이 많고, 자격증도 몇 개 따서 졸업하면 사회에 진출해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가 발생하자 대학별로 종합전형 선발비율을 줄이면서 2020년생들이 첫 정시비율 조정 대상이 됐다. 정시 비율이 대폭 늘어나면서 종합평가를 위해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봉사 등을 통해 생활기록부를 채워갔던 특성화고 학생보다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유리해졌다.


일반 인문계고교의 경우 고2가 되던 지난해 9월부터 무상급식이 시작됐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제대로 학교를 가지 못하면서 무상급식 혜택도 별반 받은 게 없다.


무상교복도 올해 고교 입학생부터 적용되는 까닭에  2002년 고3 학생들은 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이들에게 또 한번의 좌절이다. “꼭 한번 가고 싶었던 수학여행”도 결국 무산이 됐고,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해외교류활동도 중단이 됐다. 칸막이를 치고 대화도 없이 급식을 먹어야 하는 학교생활은 “친구들과 밥을 먹는 즐거움”마저 빼앗았다.


B군은 “학교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방과후수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고3 때 따야할 자격증 교육이 전면 중단됐다”며 “1학기 성적과 활동이 대입에 가장 중요한데, 생활기록부에 올해 1학기에 적을 내용이 적다보니 수시에서 경쟁력을 갖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고3 진학을 담당한 선생님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원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3 1학기 성적과 활동이 대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코로나19로 5월까지 등교가 이뤄지지 않고, 동아리활동이나 방과후 수업 등이 중지되면서 기록할 내용이 없다”며 “특히 종합전형 등으로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무척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C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버림받은 세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며 “학교는 매일 등교하면서 왜 자격증반 운영은 안되는지도 의문스럽다. 어디에도 우리를 위한 배려는 없다”고 허탈해 했다.


C군은 또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신청해 5만원을 내면 중장비 자격증도 취득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운영조차 안해 얼마전 일반 학원에 수십만원을 내고 중장비 교육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B, C군은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미뤄지자 지난 4월 주말농장을 임대해 친구들과 농사를 짓고 있다. 선배에게 물려받은 씨앗을 발아시키고, 학교에서 배운 이론대로 둔덕을 만들어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있는 B군은 “무언가를 키우는 것이 재밌다. 대학 진학보다 전문 농업인의 길을 찾고 있다”며 “학교에서 보다 많은 실습을 하고 싶지만, 코로나19로 가장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A양은 “대학에서 못갔던 여행도 친구들과 가면서 더 많은 세상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고, B군은 “졸업 후 농업에 바로 뛰어들 생각이다. 코로나19로 국제간 수출입이 중단되면서 농업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 것 같다. 기술과 연결된 스마트농법이 우리 사회에서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18세 고3. 각종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했지만, 올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권리와 의무에 대한 책임감도 강해진 그들이 만들어 갈 미래는 ‘희망’이다.

안직수 기자 jsah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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