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치도구냐"…정치권 임금 20% 삭감 의견에 공무원'허탈'

2020.09.01 00:00:00 1면

2차 재원지원금 재원 조달 방식 놓고 시끌
공무원 "코로나19 등 방역업무만으로 힘든데…"

 

“국회의원이 공무원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청 소속 전국노동조합 관계자 A씨는 최근 조정훈 국회의원이 공무원·공공기관 직원의 임금 20%를 삭감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재원 마련하자는 주장에 이와같은 볼멘 소리를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 국면 속에 2차 대유행이 발생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자는 안을 내 놓았고, 조정훈 의원은 지난달 21일 공무원 임금을 9월부터 12월까지 20% 삭감해 2차 재난지원금 사업 예상금액인 약 14조3000억원의 일부를 충당하자고 주장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설 최고위원은 8월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해 "(공무원 임금 삭감) 가능성이 있다"며 "전 국민이 조금씩 양보해 나가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자는 그 방안에 대해서 틀렸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조 의원의 의견과 뜻을 같이했다.

 

이같은 정치권 목소리에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인구 수 대비 공무원 인력이 전국에서 가장 적은 경기도 공무원들은 허탈함을 표시했다.

 

경기도는 인구 1000명당 4.4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국 평균 6.5명을 한참 밑돌며 수도권 도시(서울 5.4명, 인천 5.5명)와 비교해봐도 직원 수가 매우 적다. (2019년 기준, 행정안전부 통계)

 

A씨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시부터 코로나, 이번 수해 발생까지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매우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공무원 임금을 삭감해 재난지원금을 마련하자는 의원의 말 한마디에 직원들의 사기가 꺾였으며 박탈감마저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원들이 공무원 팔아먹기식으로 우리를 정치도구로 이용하는 것 같다”며 “신임 공무원 같은 경우에는 근무하는 것에 비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로 보수가 적다”고 호소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2020년 기준) 일반 9급 공무원 초봉은 월  164만2800원(세전)이다.

 

또 경기도내 한 기초 지자체 공무원 B씨는 “하위직은 코로나19 방역 대응 등 한계선에서 일하며 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임금마저 삭감하라고 한다면 공무원에게 너무 부당한 처사인 듯 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코로나19·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병하면서 주말 출근이 일상이 됐다고 밝혔다. 감염병 관리 담당부서의 경우, 자정을 훌쩍 넘어 퇴근하는 경우도 다반사일 지경.

 

여론도 임금 삭감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며 공무원에 힘을 실어줬다. 네티즌들은 온라인에 “국회의원 임금 50% 삭감하면 인정한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힘들게 일하고 임금을 얼마 못 받는 공무원들도 있으니 임금 삭감은 대안이 아닌 것 같다” “왜 공무원과 비공무원으로 이간질 시키려고 하냐” 등의 의견을 밝혔다.

 

[ 경기신문 = 이지은 기자 ]

이지은 기자 jieu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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