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에 위치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이 5일부터 10월 11일까지 5주 간 회화 작가 김건일의 개인전 ‘바람이 지나는 길’을 전시한다.
‘바람이 지나는 길’은 코로나19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펜데믹 상황에 움츠린 감각을 깨워보길 바라며 기획됐다.
전시명에 담긴 ‘바람’은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작가 김건일의 마음 동향을 드러낸다.
김건일은 작가 노트를 빌어 “몇 년 전부터 작품에 여유를 두기 시작했다”며 “단박에 그리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호흡을 고르며 세상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 나갔다. 작품을 통해 ‘자유’를 경험하는 게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유화로 숲을 표현하면서 캔버스를 온통 초록의 빼곡한 잎사귀나 나무로 채우는 등 빽빽하고 울창한 숲을 그려왔던 김건일은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숲’ 풍경에서는 바람으로 휜 나뭇가지나 흐르는 물길을 강조하는 등 비교적 ‘여백’을 넣은 것이 눈에 띈다.
그동안 김건일이 그린 숲 그림에는 다양한 의미가 숨어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회화를 대하고 작업 과정을 마주하는 데 있어 한결 편해졌다고 밝히는 작가의 태도 때문일까?
작년부터 그가 그려온 숲은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김건일은 “바람은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차갑게 다가와 매번 나의 다른 감각을 일깨운다”라고 전했다.
최근 보이지 않는 대상을 감각할 때 느끼는 자극에 주목해 자유로운 바람이 일으키는 마음의 동향에 집중해 보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건일 작가의 회화와 설치 작업뿐만 아니라 향과 시가 함께한다.
허브와 테라피를 연구하는 공간 ‘모호한곳(Moho Space)’에서 김건일의 출품작을 떠올리며 숲을 연상시키는 8가지 허브 오일을 섞어 이번 전시만을 위한 향을 개발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또 시인 고우리는 김건일 작가의 숲을 떠올리며 시를 창작했다.
작가가 바람을 통해 느낀 마음을 캔버스에 시각화한다면, 향은 숲에 부는 바람을 상상하며 후각을 자극하고 시는 푸른 숲을 문자로 천천히 짚어 보길 시도한다.
김건일 작가는 ”작품의 내러티브를 어떻게 전개할지 고심하던 습관은 잠시 미뤄뒀다. 결과물에 집착하는 대신, 작업 과정의 즐거움과 창작자로서의 ‘진심’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최보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