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재활용선별업체 입찰 관련 불공정 의혹

2020.11.19 06:00:00

 

안양시 재활용선별업체 입찰 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안양시 등에 따르면 안양시는 최근 재활용선별업체 입찰과정을 적격심사(총액·전자·경쟁입찰)에서 제안서 입찰(협상에 의한 계약)로 변경했다.

 

시는 ‘좋은 업체 선정’을 위해서 입찰방식을 변경했다고 했지만, 제안서 평가 기준에서 모순점이 드러난다.

 

◇좋은 업체 선정키 위한 ‘제안서 입찰’, 새로운 업체 접근 막는 입찰?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제안서 평가항목 중 정량적 평가에 제시된 ‘수행경험’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장비보유)’ 항목이다.

 

 

안양시가 내놓은 제안서 평가기준을 보면 ‘수행경험’ 항목에 지자체 및 공공 선별장에서의 ▲시설용량 ▲운영 기간 ▲운영 개소수라는 항목을 둬 각각 3점씩 부여하고 있다.

 

능력·역량(개인업체 운영실적 등)이 충분해도 지자체 선별장 운영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업체는 입찰 참여가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좋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라는 목적과 달리 편협한 기준을 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 선별장 수행경험이 없는 업체 관계자 A씨는 “이번 입찰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수행경험’ 항목 때문에 엄두도 못냈다”며 “사실 지자체 선별장이 일반적인 선별장과 달리 특별한 것도 없어서 선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별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왜 이런 평가기준을 뒀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양시 제안서 평가 기준에 명시돼 있는 ‘그 밖에 필요한 사항(장비보유)’ 항목에는 ‘암롤트럭1, 백호우(집게)1, 로우더1, 압축기2’ 규모 이상은 2점, 이하는 1점을 부여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즉, 장비가 없는 업체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낙찰된다는 보장도 없이 장비를 먼저 구매·대여를 해둬야 한다는 얘기다.

 

광명시의 경우에는 ‘장비보유’에 관한 조건을 ‘평가기준’이 아닌 ‘계약조건’으로 제시해놨다. ‘계약조건’이면 낙찰이 된 뒤 장비를 구매·대여해도 상관없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이에 대해 안양시 관계자는 “‘수행경험’은 선별률을 높이기 위해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항목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장비보유’ 항목에 대해서는 “이미 (장비가) 있는 업체는 2점을 주는거고, 없으면 1점이다. 저희 시에서 꼭 필요한 장비고, 이미 업체가 가지고 있으면 (폐기물을) 치우기에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어서 점수에 차등을 준 거다”라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비 가지고 있는 것도 업체의 능력이나 규모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점수를 받으려면 장비를 구매·대여해놔야 하냐’는 질문에는 “그게 아니다. 이걸 준비해놔야 한다는 게 아니라, 없으면 점수를 안 주는 거다”라며 “정성적 평가에서는 점수 차이가 2점씩도 난다. 그런 거에 비해서는 (장비보유에 관한) 점수가 크다고 볼 수 없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선별업 관계자 B씨는 “‘수행경험’을 평가항목에 넣는 것보다는 오히려 요즘 빈번히 발생하는 재활용선별장 화재에 대비해 업체 자체적인 선별장을 갖추고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기준을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인 거 아니냐”며 “장비같은 경우에도 어차피 업체에 주는 감가상각비나 시가 장비를 구매하나 비슷할텐데 왜 시에서 구매를 안 하고 조건으로 걸어두면서까지 점수를 깎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다른 지차체 관계자 C씨도 “(안양시의) 이런 평가기준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장비보유에 관한 내용은 일반적으로 지원조건으로 두고 낙찰이 된 이후에 (장비를) 갖고 들어오게 하지, 평가기준으로 두고 점수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자체 마음대로 기준 선정···예규가 허술한 탓?

 

취재 과정에서 지자체가 제안서 평가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파악됐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을 보면 ‘제5장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제3절 입찰과 계약상대자 결정절차-제안서의 평가’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계약담당자는 평가항목과 배점한도를 기준으로 세부평가기준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의 특성·목적 및 내용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때에는 분야별 배점한도를 10점의 범위에서 가감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즉, 사업의 특성·목적·내용만 고려된다면 지자체가 특정업체를 챙겨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 D씨는 “(예규는) 시에서 필요한 부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 같다”며 “그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담당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특정업체에 맞춰서 기준을 선정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정도 변호사(법무법인 참본)도 “지나치게 통상 기준에서 벗어나거나,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자체에 재량권이 있다 보니 특정업체에 맞게 기준을 정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김기현 기자 croki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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