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의 하늘의 창(窓)] “검찰의 정치경제학”

2020.12.15 06:00:00 13면

 

 

마슬로브, 그러니까 우리의 “카추샤”는 살인혐의 재판에서 독살의 죄를 온통 뒤집어 쓴다. 그녀가 일하던 유곽(遊廓)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정작 진범들은 3백루불이나 받은 변호사의 엉터리 변호로 빠져나갔다. 당시 화대(花代)는 3루불에서 많으면 5루불이었다.

 

이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 자신에게 1만 루불을 지급하기로 한 사업가, 사실은 사기꾼에게 10만 루불의 승소를 이끌어내고 이 자의 사기에 걸려 전 재산을 털린 어느 노부인을 절망의 지경에 빠뜨린 바 있다. 법은 이들에게 “밥그릇”이었다.

 

유곽이라고 그 정체를 얼버무리게 표현한 창녀촌은 “남성의 행복까지 염려해주는 정부의 허가와 비호 아래” 존재하고 있었다. 톨스토이가 쓴 《부활》은 이렇게 펼쳐진다. 한때 카추샤를 사랑하다 겁간까지 해 죄의식을 가지고 있던 네흘류도프는 이 재판상황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진력을 다한다.

 

법정의 검사는 어땠는가? “타고 나길 좀 둔한 데다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에서 로마법상의 지역권에 대한 논문으로 우수 논문상까지 받은 것이 오히려 불행을 초래했다. 그 바람에 자부심과 자만이 하늘을 찔렀고 (성공적인 여성 편력도 여기에 일조했다) 그 결과 그는 정말 바보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검사의 논고가 이어진다. “귀족 집안의 지적인 분위기에서 자라 성실한 노동으로 먹고 살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배은망덕하게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유곽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녀로 일하고 유곽에서 겪은 카추샤의 고통은 여기서 지워져 있다. 재판장은 “유난히 여색을 좋아하”는 꽤나 방탕한 자였다. 검사, 변호사 그리고 재판장은 그녀를 탐하거나 짓밟거나 둘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없다던 검사 술접대 사실이 확인되었고 기상천외한 산술로 두 명의 검사는 슬며시 빠져나갔다. 유곽 기능까지 하는 술집에서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수사배제가 되자 비로소 사실로 입증된 사건이다. 이를 폭로한 당사자는 범죄자의 진술이라고 비난받으면서 그 주장의 신빙성이 공격당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반부패 검사까지 하고는 2억 로비 돈을 받은 자 또한 구속되었다. 이 역시도 그간 검찰이 엉덩이에 깔고 뭉개고 있었다.

 

이 모두 돈이 오간 “검찰의 영업장 사건”이다. “범죄조차 경제적 재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범죄와 관련한 형사법 책이 팔리고 교수는 그걸 강의해서 먹고 살며 검찰과 변호사 그리고 판사도 이 생산 시스템에 얽혀 있다. 법은 그렇게 해서 자신의 정치경제학을 가지고 있다.” 마르크스의 통찰이었다.

 

검찰개혁은 이 고리의 부패한 지점을 끊자는 것이다.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출구는 사법횡포다. 누군가는 그로 인해 억울한 판결로 희생되고 만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노부인의 전 재산을 털어먹고 자기는 1만 루불을 가져갔다. 판사도 공모자다. 검찰의 정치경제학은 우리가 따져봐야 할 정의의 문제다.

 

 

 

 

김민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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