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징계 무효 결정, ‘법조 카르텔로 국론 분열 심화’vs‘법치 짓밟지 말라는 경고’

2020.12.27 15:54:14 7면

법원, 윤 총장의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인용 결정
법원 결정 두고 비판vs옹호 목소리 커져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함에 따라 윤 총장에게 내려졌던 ‘정직 2개월’의 징계는 사실상 ‘무효’로 결정된 가운데 법원의 결정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윤 총장이 낸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 처분으로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서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는 징계처분의 효력을 중지함이 맞다”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윤 총장의 4가지 징계 사유와 관련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와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부분에 대해서는 비위 사실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채널A 사건 수사 방해와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부분은 징계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징계 절차와 관련해 윤 총장 측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신청한 징계위원 기피 의결 과정에 명백한 결함이 있어 징계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온 뒤 30일까지 효력을 잃게 된다.

 

 

◇법원 인용 결정에 비판 목소리 고조

 

법원의 윤 총장 징계 집행정지 인용 결정 직후 SNS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법원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참으로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우려했던 바가 그대로 됐다”며 “정경심 교수 재판 이후에 내려질 판결이라 검찰과 사법부의 법조동맹이 강력하게 움직이지 않을까 했다. 이제 어찌할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직 2개월이라는 허술한 결론에 기대어 상황을 풀고자 했지만, 그건 대단히 순진한 생각이었음이 판명됐다.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라고 했지만 여기까지 왔다”며 “어쩌겠나? 다시 일어서야지. 아니면 몰살당할 테니까. 민주주의는 이토록 긴 여정인가 보다. 비통한 시간은 비통한 대로 받자. 그래야 새 살이 나올 거다”라고 끝맺었다.

 

황희석 변호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는 사법이 아니라 정치의 시간이다”라며 “대통령과 국회가 나설 상황이다. 머뭇거리거나 발목 잡는 사람은 모두 같은 공범이 되기 마련이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비슷한 시각 은우근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윤서방 직무 복귀, 드뎌 판새들의 협조로 개검쿠데타가 본격화된다”, “정치검찰은 판새 협력받아 이판사판으로 쿠데타 중, 민주당 국회의원들 죽기를 각오하고 시민을 믿고 제압해야 한다”, “매우 정교하게 기획한 X-MAS 이브 쿠데타: 나경원 사건 모두 기각, 윤서방 직무복귀를 정 교수 유죄판결 이후로 맞췄다”는 등의 글을 적었다.

 

김영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성북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헌정 역사상 획기적 권력기관 개혁의 새벽이 2021년 1월로 성큼 와 있다. 검경수사권조정 1월1일 시행, 공수처장 12월 28일 임명,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와 국내 정치개입금지, 자치경찰제 시행 등 문재인 정부라서 해내는 역사적 성과물들"이라며 "역사의 강물은 결코 민주주의의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정태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관악구을)은 페이스북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다. 재판부는 판사사찰과 검언유착사건 감찰방해를 징계사유로 인정하고도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 카르텔의 사법 쿠데타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라며 "민주당은 검찰개혁특위를 만들어 수사.기소분리를 포함한 검찰개혁 시즌2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익 음식칼럼리스트는 "윤석열총장의 존재가 검찰개혁의 흐름에 크게 방해가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판사 사찰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윤총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은 존중되어야 하며 여론의 강도에 따라 검찰개혁의 강도와 속도 그리고 방향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론 분열 심화 양상····여·야까지 대립

 

법원의 결정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립도 심화되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법원 결정 직후 논평을 내고 “행정부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법제사법위원들과 긴급 회의를 열어 대응책 마련을 논의한 뒤 “권력기관 태스크포스팀(TF)을 검찰개혁 TF로 전환하겠다”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효력을 중단시킨 법원의 결정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사실상 탄핵 당한 것”이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직권남용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총장에 대한 법원 판단에 “비상식적인 일에 상식적인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이번 결정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에 대해서는 “이상한 반응”이라며 “헌법 체계와 삼권분립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곽상도 의원은 “문 대통령과 추 장관에게 직권남용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김기현 기자 croki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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