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북한 신년사에 대한 단상

2020.12.30 06:00:00 13면

 

 

 

북한은 김일성시대부터 매년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1945년1월1일 육성으로 시작된 신년사는 김정일위원장 시대에 노동신문 등 3개 신문 공동사설로 변화했고,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는 다시 육성으로 변화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서방 정상처럼 노동당 청사에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2020년에는 신년사를 하지 않고 직전에 있었던 노동당 중앙위 회의 결정서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2021년을 몇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북한에서 1월1일에 신년사를 내 보낼지 지켜볼 일이다.

 

북한은 1월에 8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이미 공지해둔 상황이다. 8차 당대회는 2016년 5월 7차 당대회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 시기에 두번째 개최되며 북한의 국정운영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회의체 성격을 갖고 있다. 8차 당대회 결정사항 집행에 필요한 법적 재정적 조치를 정하기 위해 평소 4월에 개최되는 최고인민회의를 1월 하순에 곧바로 개최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자하는 조급함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 및 국제사회의 관심은 과연 북한이 신년사에서 당면한 북핵문제를 포함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제시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이고 미국의 대북정책의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아마도 핵 보유국으로 핵군축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관망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지와 핵무기 감축 등 과거 핵 일부 폐기를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과거에 우리가 늘상 보아왔던 방식대로 위협적이고 요란한 접근으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발사를 시사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신년사가 분명 북한이 한 해동안 움직여갈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는 있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신년사 발표후 1월 한 달을 신년사 내용을 어떻게 관철할 것인가에 대해 기관, 기업소, 지역별로 결의를 다지고 집행계획을 수립해 왔다. 하지만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신년사에서 예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북한은 신년사에서 제시한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이는 북한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조정한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발표하는 신년사에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묶일 필요가 없다. 북한 신년사 내용에 휘둘리지 말고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우리의 목표를 정하고 북한이 이에 호응해 오도록 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다듬는데 역량을 기울이는 게 좋을 것이다. 북한이 신년사에서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우리나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듯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말려들지 않고 우리의 길을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게 가면 되는 것이다.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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