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요리사의 서정/박상 글/밀리오리지널/368쪽/값 1만4000원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은 전설적인 요리사 조반니의 궁극의 레시피를 찾아 떠난 김밥집 아들 이원식의 삼탈리아 탐사기를 담은 책이다.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정직해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는 박상 작가는 김밥집 아들은 친구 이야기며, 수학과 양자물리학을 모르는 건 자신 그 자체라고 소개했다.
책에서는 현재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삼탈리아 모험기와 과거 한국에서 요리사가 되기 위해 끝없이 정진하다 삼탈리아로 떠난 여정의 두 가지 시공간 축을 표현했다. 허무한 생을 극복하기 위해 비밀을 찾아 떠난 이원식의 모험기와 시(詩)를 즐겨 읽고 시인을 존경하며, 시가 화폐로 통용될 정도로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설정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프랑수아 를로르 장편소설/지연리 옮김/밀리의 서재/302쪽/값 1만4000원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은 약혼녀를 되찾기 위해 카블루나 나라에 파견된 이누이트 울릭의 이야기로, 그는 수백 명의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카블루나에게는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일 뿐 다른 뜻이 없음을 배웠다. 좋고 나쁨을 함께 경험하며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안다고 말하는 이누이트와는 대조적이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 그는 “고독과 맞서려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혹한의 추위와 곰에게 맞설 때와 같다. 둘 다 성격이 다르지만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같다”고 말했다.
옮긴이는 이 책의 원제목이 ‘혼란한 사랑 나라의 울릭’이었다고 밝히며 “인간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부와 성공, 행복과 명성을 꿈꾼다. 오직 행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도 시작은 사랑이라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푸른수염의 첫 번째 아내/하성란 글/창비/396쪽/값 1만4000원
‘푸른수염의 첫 번째 아내’는 프랑스 전래동화 ‘블루비어드’를 재해석해 설화 속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은 책이다. 화재 사고로 여섯 살 딸을 잃은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별 모양의 얼룩’부터 경관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파리’ 등 11편의 소설이 담겼다.
허성란 작가의 적확한 언어와 탄탄한 소설적 구성은 여전히 한국사회에 남아 있는 우리 시대의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작가는 리마스터판을 작업한 소감으로 “시간의 힘을 느꼈다. 변화에 안도했고 여전히 야만의 상태로 머물러 요지부동인 것에 절망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소년과 개/하세 세이슈 글/손예리 옮김/창심소/360쪽/값 1만5800원
하세 세이슈는 많은 사람들이 개와 살아가지만, 개에게 배우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적은 것 같은 아쉬움을 이 책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소년과 개’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가즈마사, 쓰레기 더미에서 나고 자라 약탈하고 약탈당하는 범죄자로 자란 미겔,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남편에 절망한 중년 여인 앞에 나타난 개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말을 걸어 주지도 이야기에 끄덕여 주지도 않는다. 그저 거기에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구원받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라는 글이 위로를 전한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