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교사 태부족 현상 더이상 외면 못한다

2021.02.18 06:00:00 6면

교사 10명중 남자 교사 3명 못미쳐… 초등학교 특히 심해
남자 교사 할당제 여론 확산 “교육 질 불균형에 학생만 피해”
일부 단체 “이중차별 우려… 정확한 연구 선행돼야”

남자 교사 할당제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교사 경기지역 초‧중‧고교 여자 교사는 총 12만3045명 중 9만3812명으로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남자 교사가 3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자, 일선 학교 직원과 학부모들은 제도를 뜯어고쳐서라도 남자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이들의 균형 교육과 원활한 학교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남자 교사 할당이 절실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과 시민단체 등은 ‘역차별’ 이라며 반대하고 나섰고 교육부 역시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공론화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상황은 조금 심각해 보인다. 현재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원 4만6820명 중 79%(3만7329명)가 여성이다. 중학교도 2만7537명 중 75%(2만726명), 고등학교 3만2780명 중 63%(2만741명)이 여자 교사다.(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2020.10.1. 기준)

 

김수진 전국학부모단체연합회장은 “교육현장에 남자 교사가 너무 없다. 교사 성비  불균형에 교육에 균형감이 없고 결국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서교육 측면에서 남녀 교사 비율을 어느 정도 갖추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특히 이러한 교원 여초 현상은 초등학교로 갈수록 더 심해져, 부모나 교사를 통해 남녀 성역할과 롤모델 인식에 영향을 크게 받는 초등학생들의 교육에 불균형이 오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수원지역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여자 교사가 많다는 말은 들었는데, 실제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보니 한 학년 전 반 담임교사가 여자였다”며 “초등학생의 경우 저학년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지만 사춘기가 빠른 고학년 학생들의 경우 여자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경우도 봤고, 남자 교사들이 세심하게 챙겨주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남자 교사에 대한 필요성을 더 강하게 피력한다. 경기교총 관계자는 “오히려 학부모보다 학교현장에서 남자 교사가 꼭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라며 “남자 교사는 학생 지도와 체육 등 일부 과목에서 여자 교사와는 또 다른 내용의 교육을 하기에 학생들의 풍부하고 균형 있는 교육을 위해 교사 성 비율은 맞추는 게 맞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교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 일부에서는 초빙교사제도 등으로 부족한 남자 교원을 확보하고 있다.

 

남자 교사가 부족한데 대한 교직사회의 우려는 그간 한국교총이 실시한 세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교총은 지난 2010년까지 일선 교사 등을 대상으로 총 3회에 걸쳐 초중고교 남자 교사 할당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90%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로는 ‘교사 성비 불균형에 따른 학생 교육 및 생활지도 어려움’이 주를 이뤘으며, 대안으로는 ‘남성, 여성을 정하지 않은 한쪽 성비가 최대 70%를 초과하지 않도록, 시·도교육감이 신규교사 임용 시 성비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방안에 89.3%가 동의했다.

 

서울교대 박상철 교수팀이 지난 2008년 한 조사에서도 서울시내 초중고 학부모와 교원 각각 10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교사 할당제 도입에 대해 학부모의 80.6%, 교원의 73.9%가 찬성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또 다른 역차별’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보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일부 단체에서는 “교대 입학 시에도 입학생 중 한쪽 성별 정원 비율이 60~80%에 맞추도록 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이다. 사실상 남성 할당제여서, 교원에까지 이런 제도를 적용한다면 명백한 이중혜택”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수험생들 역시 “남녀 교사비율이 동일하면 더욱 좋겠지만 이중혜택은 여성 입장에서는 역차별일 수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도 이에 대해 “교육의 내용이나 수준이 남성·여성 같은 생물학적인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현 상황이 한쪽 성별에 편향돼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제대로 된 연구나 조사 결과에 따라 다양한 대책을 고안한 후에 이뤄질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형평성 등을 이유로 아직 공론화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수업이나 생활지도에서 남자 교사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남자 교사 할당제 등은 워낙 민감한 문제라 논의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문성 경인교대 교수는 “남자 교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니 현재는 대안을 찾을 때”라며 “일부 공무원 시험처럼 남녀 성별을 정하지 않고 한쪽이 일정 비율에 못 미치면 정원을 추가해 뽑는 방법, 즉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도입 등을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

노해리 기자 haeri@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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