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지나 봄 오듯, 김정희의 인생 담긴 ‘세한도’

2021.03.08 10:08:16 10면

오는 4월까지 오프라인·온라인 VR로 전시 관람 가능
변함없는 신의 보여준 제자 이상적에 고마움 담아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나고 봄기운이 찾아오는 3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인생의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다리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만나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획전시실에서 ‘한겨울 지나 봄 오듯 - 세한歲寒 평안平安’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전시 제목처럼 겨울을 지나 꽃이 피고 봄기운이 완연한 4월까지 진행된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한겨울 지나 봄 오듯 - 세한歲寒 평안平安’ VR보기를 이용하면 마치 실제 전시장에 있는 듯한 환경에서 김정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랜선 문화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싶다.

 

‘세한’은 설 전후의 가장 심한 추위를 이르는 말로 인생의 시련이나 고난에 비유하기도 한다.

 

전시 1부는 ‘세한歲寒 -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 2부는 ‘평안平安 - 어느 봄날의 기억’을 주제로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예술가 추사(秋史) 김정희가 1840년 제주도로 유배가면서 겪은 세한의 시간과 ‘세한도’의 제작배경을 조명한다.

 

 

◇추사 김정희, 제주에 유배되다 ‘세한의 시간 시작’

 

안동 김문의 세도정치가 심해지면서 정쟁에 휘말린 김정희는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됐다. 제주도의 낯선 환경과 초라한 생활 속 김정희는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은 한 가닥 모진 목숨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편지도 60~70일 만에 오는 탓에 마치 같은 시대를 사는 것 같지 않다며 처지를 한탄했다는 김정희. 사계절 중 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김정희를 위로한 것은 지인들이 보내준 편지와 책이었다.

 

그의 곁에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평생지기 권돈과 뜻을 같이하는 벗 초의선사, 제자 이상적과 허련이 함께 했다.

 

특히 중국 통역관을 지낸 제자 이상적은 변함없는 신의를 보이며 사신으로 중국에 갈 때마다 최신 서적들을 구해 보내주었다고 한다. 제자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제작한 ‘세한도’.

 

김정희는 둥근 문이 있는 허름한 집 좌우로 소나무 두 그루, 측백나무 두 그루를 그려놓았다. 그림 한켠에는 “공자께서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고 말씀하셨다. 귀양 이전에 더 해준 것도 귀양 이후 덜 해준 것도 없다”는 속내를 적었다.

 

또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며,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을 담은 ‘장무상망’이 새겨진 인장을 찍었다.

 

물기 없는 마른 붓에 진한 먹물로 칼칼하게 표현한 그는 특유의 필묵법으로 한겨울과 닮아있는 자신의 인생과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로 변치 않는 의리를 이야기했다.

 

 

조선 최고의 문인화로 평가받는 ‘세한도’는 전문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선비가 그린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보 180호로 지정됐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정희의 ‘세한도’뿐 아니라 ‘불이선란도’, 허련의 ‘김정희 초상’ 등 15점을 관람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선인(先人)은 변치 않는 희망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뎌냈다”며 “우리의 힘든 시절도 곧 지나 봄날 같은 행복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생은 늘 그렇다”고 전시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신연경 기자 shiny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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