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는 음식은 바지락 된장찌개”… 애창곡은 ‘만남’

2021.03.18 06:00:00 6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만나다] 사람 냄새 나는 추미애
틀린 것 안 넘어가는 성격에 판사 꿈 꿔
20대 모습 '사랑과 전쟁의 시기' 흡사
"전쟁 치르는 마음으로 역할에 최선"
인생의 명장면, 첫 아이 탄생의 순간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집을 나서 학교에 갈 때까지 친구들과 만나 시끌벅적하게 수다도 떨고 잘 웃는 10대를 보냈어요. 20대를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사랑과 전쟁의 시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강인한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추다르크’로 불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우리가 알던 법조인, 정치인의 모습뿐 아니라 그 역시 한 때 배우를 꿈꾸는 학생이었으며, 찬란했던 청춘이었고 누군가의 아내, 엄마였다.

 

인터뷰에서 마주한 추미애 전 장관은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했다. 학생 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하하호호 웃고, 가장 잘하는 요리라는 바지락 된장국 요리법을 설명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사회가 혼란했던 20대를 돌아보면서는 ‘성격상 틀린 것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고 한 말이 꼭 들어맞는 모습이었다.

 

10대 때 어떤 학생이었냐고 묻자 추 전 장관은 “당시는 내 웃음소리가 골목길을 다 채웠다”고 말했다. 그 시절,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배우 데보라카, 비비안리 등이 출연하는 명화를 보면서 한때 영화배우를 꿈꿨다고 하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성격상 틀린 것은 지나치지 않는다. 적성검사를 하면 법률·언론·정치 분야가 나왔다. 그래서 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고2 때 학교를 방문하신 한양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님 세 분이 ‘전액 장학금을 줄 테니 스스로 공부를 해봐라’라고 하셨다. 집안 형편상 스스로 공부하라는 말이 좋았고, 내게 그런 기회를 주신다니 기뻤다”며 전액 장학생으로 한양대 법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의 20대를 한마디로 ‘사랑과 전쟁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때 5·18이 있었다. 대학교 4학년 때라 사찰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당시 애인이었던 남편이 편지로 광주 가는 길이 봉쇄돼서 못 갔다고 이야기 해줬다”며 “나중에 판사가 돼서 황석영 작가의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에 빚진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판사 생활을 했다”고 답했다.

 

‘사회 정의를 위해 내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청춘 추미애. 그는 “당시 학생 시위사건은 전부 공안사건으로 특별 분류돼 사법행정 차원에서 감시도 했다. 그런데 나는 훈방도 하고 영장도 기각하니까 예의주시하는 판사가 되기도 했는데 양심의 편에 서겠다는 마음이었다”며 “늘 전쟁 치르는 마음으로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대학 출신인 남편 서성환 변호사와의 러브스토리도 망설임 없이 진솔하게 들려줬다.

 

추 전 장관은 “남편은 독서광이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들도 즉답을 못할 정도로 깊이 있고 좋은 질문을 해 주목을 끄는 학생이었다”면서 “나중에 만나 물어보니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를 당해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 자신의 삶은 덤으로 얻은 것이니 고향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을 하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상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냐고 물어보니 시간이 나면 베란다를 가득 채운 화초를 키운다고 했다. 그는 “한 번 더 쳐다보면 생생해지고 잘 자라는 모습에 생명을 느끼며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평소 쉴 때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주로 한강을 걷는다는 추 전 장관이 비 오는 날 한강이 운치가 있어 멋지다고 손꼽았다. 또 노래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던 그는 노사연의 ‘만남’이 애창곡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인생이라는 드라마 속 ‘명장면’을 한 컷 소개해달라고 하자 “가정적으로는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정치적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트럭유세에 나서기 직전 ‘내 옆에 추미애도 있습니다’라고 했을 때였다”라고 부연했다.

 

삶의 희로애락을 들으니 켜켜이 쌓인 그 세월의 경험들이 소신을 가지고 올곧은 길을 걸어가는 지금의 추 전 장관이 있게했음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신연경 기자 shiny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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