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룡 이광재, 국민 공감 없는 MB·朴 사면 '어불성설'

2021.05.10 06:00:00

[김대훈의 뉴스토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上)
대선 출마 여부 곧…나의 꿈과 소명이 맞을 때 결단
민생-개혁 함께 가지만 주축은 민생, 개혁은 ‘와닿게’ 해야

 

여권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자신의 대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7일 경기신문과 열린공감TV가 공동기획한 토크 프로그램 ‘김대훈의 뉴스토크’에  출연해 “나의 꿈과 소명이 맞는지를 고심 중”이라면서 속시원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출마 여부를 결정하고 밝힐 때가 머지 않았다는 말로, 곧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올초에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재단법인 여시재'와 관련이 있다는 풍문에 대해서는 명백한 '유언비어'라고 선을 그었다.

 

여시재는 이광재 의원이 창립멤버로 있는 한국형 싱크탱크 기관으로 국가미래전략을 구상하고 동북아 변화에 대비한 정책 개발과 인재 양성을 목표로 활동한다.

 

이 의원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지적하며, "사면을 한다고 국민통합이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큰 틀의 결단이 있으려면 반성이 우선"이라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1문1답.  

 

* ‘김대훈의 뉴스토크’는 곧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다. 

 

 

◆ 근본적 질문이다. 이광재는 왜 정치를 하는가.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개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다. 사람이 태어나면 누군가는 가난하고, 누군가는 부유하다. 이런 운명이 평생 가서는 안 된다.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둘째는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싶다. 한반도의 역사는 수난의 역사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일합방, 한국전쟁 등 고난을 겪어온 이 나라의 운명을 바꿔보고 싶다. 이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다.

 

그 정치적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혁신가였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새로운 세상,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세상을 꿈꿨다. 저 역시 그런 혁신가적 기질을 갖고 있다. 개인의 운명을 바꾸는 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기반은 다졌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운명은 갈 길이 더 멀었다.

 

◆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세상’에 대해 요즘 청년들이 유독 관심이 많다. 어쩌면 부모보다 못살게 될까 걱정하는 첫 세대가 아닌가 싶다.

 

2030 세대를 만나면서 그들 앞에 거대한 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리 때는 학교 성적이 나빠도 취직할 수 있는 성장의 시기였다. 지금 청년은 취업할 기회도 적고 스펙을 쌓자니 돈도 많이 든다. 또한 어렵게 취업을 해도 급여만으로는 집을 한 채 사기도 힘들다.

 

그러니 주식을 하고, 주식 할 돈이 없으면 코인을, 그마저도 없으면 주말에 연금복권을 산다. 안 그래도 기회가 부족한데, 이 기회마저 빼앗는 공정성이 없는 세상이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것인지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 대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역사적 책무가 오면 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출마 선언이지 않나.

 

아직 고심 중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나 정세균·이낙연 전 총리가 워낙 잘하기도 하고. 그 다음 고민하는 건 저의 꿈과 소명이 맞느냐이다. 저는 대한민국이 동서양이 만나는 시대에 새로운 문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변방의 진나라가 중국의 문명을 만들고, 그리스라는 돌덩어리 나라가 서양 문명의 기원이 됐다. 경상남북도 크기의 네덜란드와 섬나라 영국은 각각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됐다. 대한민국이 이런 새 문명의 주인공이 됐으면 한다는 꿈이 있는데, 저의 소명과 맞을지를 고민 중이다.

 

유권자들이 빨리 고민할 수 있게 이제는 결단해야 하지 않나.

 

그 답을 내리기까지 머지 않았다. 때가 되면 결단하고 알리겠다.

 

◆ 이낙연 대표 체제가 생각보다 민심을 못 얻었다. 이유가 뭘까.

 

민주당의 가장 큰 약점은 미래지향적인 당론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또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이 당의 중심을 잃게 한 것 같다.

 

사면론 아이디어를 이 의원이 창립멤버인 ‘여시재’에서 줬다는 이야기가 있다.

 

명백한 유언비어다. 이 전 대표와 여시재는 관련이 없다. 전직 대통령을 사면한다고 해서 국민 통합이 된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두환 씨를 봐라. 광주의 재판에서 알수 있듯이 전두환씨는 전혀 반성의 의지가 없다. 큰 결단이 있으려면 반성이 우선이다. 이후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내린 이광재만의 결론이 있다면.

 

공정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 민주당에게 더 유능해지라고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선거 기간 동안 주로 부산에 있었다. 충무시장에서 만난 70세 넘은 한 유권자는 ‘선거 때마다 희망을 가졌다 실망하기를 반복한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치인은 무엇으로 평가를 받는가 생각했다.

 

기업인은 이익과 고용, 언론인은 기사, 교수는 논문으로 평가받는데 정치인은 그게 없더라.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국민의 행복 성적표’가 ‘정치인의 성적표’가 되는 정치 개혁을 확실히 해야겠다는 다짐이다. 

 

일자리, 교육, 주거, 돌봄, 문화 등을 지표로 만들어 정치인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면 정치인이 정쟁 싸움보다 국민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기록 경쟁을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때문에 화난 국민이 등을 돌렸다고 했는데, 정작 민주당 안에서 종부세 완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정신 차리고 있는지 의아하다.

 

일단 내 집을 마련할 기회는 확실히 줘야 한다. 1가구 1주택은 확실하게 보호하고 장려해 줘야 한다. 그리고 여러 채 있던 집을 정리했음에도 세금이 많다고 한다면 과세를 이연하게 해줘야 한다. 농촌에 집을 갖고 있는 경우도 1가구 2주택에서 빼줘야 한다.

 

둘째는 다주택자가 팔 수 있게 한 뒤 세제를 강하게 해서 유지하는 것이다. 셋째는 광범위한 공급이 필요하다. 1만 불 시대에 지은 집과 1인 가구가 늘어난 요즘 원하는 집의 차이는 크다. 광범위한 임대주택과 질 좋은 주택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로 생애 최초 주택은 대출도 늘려주고, 취득세 면제도 필요하다. 자산을 만들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게 아니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해 좋은 제안을 많이 했다. 하지만 말뿐이고 행동은 달랐다.

 

논쟁이 있었는데 크게 2가지 쟁점이다. 저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봤다.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렸고 그 돈이 부동산에 몰릴 것으로 생각했다. 또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해서 집값은 오른다고 봤다. 그런데 정부는 집값이 오히려 내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세금 과표를 낮게 잡았다. 결국 집값이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 세금을 많이 내게 되니 저항감이 생겼다. 이 부분에서 문제 인식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저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의 수로 보면 공급 비율은 98~100%인데 실제로는 개인이 원하는 집과 차이가 있다. 공급정책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안 되다 보니 늦게 결정된다. 수술하러 왔는데 ‘어라 여기가 아픈 데가 아니네, 또 다른 데 수술하니 여기도 아니네’란 정책이었다.

 

이런 와중에 LH 건까지 터졌으니 국민이 분노한 것이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백 투 더 베이직’,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결정했어"가 아니라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하자는 의미다. 통신이 발달한 시대이니 500만~1000만 명까지 여론조사를 할 수 있다. 세종대왕 당시에도 토지개혁을 위해 몇십만 명을 여론조사 했지 않은가. 어떤 정책이든 국민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하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여태까지 한국정치는 공급자 중심의 정치였다. 이제는 정책 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 국민이 ‘내 집 가져야지’ 그러면 특위를 만들거나, 몇몇 전문가를 모은다. 그런 차원을 넘어 국민과 함께 충분한 토론을 하자는 거다. 사실 쟁점은 이미 다 나온 거 아닌가. 결단만 필요할 뿐이다. 그때 그때 여론조사를 하자. 수백만 명 휴대폰 투표도 가능한 시대다. 그렇게 한다면 정책에 참여한 국민도 수렴성이 커지지 않을까 싶다. 

 

정치인은 왜 욕을 먹을까 생각해보면, 정치는 서비스업이지만, 업태로 보면 유통업이다. 그런데 파이프가 망가졌다. 한국엔 직업이 1만 개 정도 있다. 직업을 가진 분들이 한 개씩만 애로사항을 얘기해도 1만 개인데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파이프가 고장 날 수밖에 없다. 이 중에는 일도 열심히 하지 않는 의원도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와도 20만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일정 숫자 이상 동의가 되면

무조건 입법청원이나 공청회를 개최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열심히 일한 정치인에게는 후원금도 넣어주고, 일반 국민의 제안이 정책으로 받아들여지면 지원금도 지급하는 등 새로운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로, 초선 김용민 의원이 최고 득표로 최고위원이 됐다. 이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송 의원은 앞서 두 번 떨어진 것이 컸던 것 같다(웃음). 또 하나는 이번엔 호남 출신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 윤호중 대표가 친문이다 보니 다른 컬러를 선택해야 한다는 균형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상징성이 강한 젊은 김용민 의원을 1등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결과에 민심도 반영된 것 같나. 너무 개혁에만 치중됐다는 비판도 있다.

 

송영길 대표가 일관적으로 강조한 것이 부동산, 백신, 반도체 문제다. 주로 민생 과제였으며 나머지가 개혁 과제인데. 저는 기본적으로 민생과 개혁은 함께 간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밸런스가 있다고 보인다. 앞으로는 개혁 과제가 국민 공감을 기반으로 수용성이 높게 추진되면 좋을 듯 하다.

 

민생과 개혁이 함께 간다는 말은 좋은 말이다. 그래도 이제 민생을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기본적으로는 민생이 주축이다. 개혁도 민생에 도움이 돼야 한다. 2030 세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에게 와 닿는 검찰개혁을 하라’고 요구한다. ‘와 닿는 검찰개혁이 뭐냐’ 물으면, ‘버닝썬 사건, 과감한 수사, 돈 있는 자의 황제노역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는 ‘공수처’라는 검찰개혁의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이제는 국민에게 와닿는 검찰개혁을 통해 개혁이 곧 국민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80석 가까이를 가졌다. 국민이 힘을 준 거다. 그럼에도 언론개혁이나 검찰개혁 등의 과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공수처를 만든 건 큰 성과다.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시작해 이제서야 만들어졌지만 무엇보다 안착이 중요하다.  다만 개혁을 시도할 때에는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언론개혁’이라 하면 찬성하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이라 하면 마치 언론을 압박한다는 느낌을 준다. 다시 ‘가짜뉴스 피해보상’이라 하면 국민들의 수용성이 높다.

 

저는 진보주의자이자 개혁주의자다. 개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워야 한다. 개혁성향이 강한 분들이 테이블을 탄탄하게 만들고, 실력 있게 차분하게 밀고 나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것이라고 확신한다. 


(2편에서 계속 ☞ ② 이광재 “윤석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의’ 생각해야”)  

 

[ 경기신문 = 대담 : 김대훈 편집국장, 허재현 기자(리포액트) / 정리 : 유연석 기자 ]

유연석 기자 ccbb@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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