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 잔여백신이 발생하여 안내드립니다. 방문 마감시간은 오늘 17:00까지입니다.”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잔여백신 보유 동네 병원 알림 신청을 해 놓은 김 모(58)씨는 2일 위탁병원 한 군데서 연락이 와 예약 후 방문, 1차 접종을 마쳤다. 그런데 이틀 뒤인 4일 또 다른 병원에서 예약 방문하라는 같은 문자를 받았다.
병원에 전화해 “이미 맞았다”라고 했더니 “전산상의 오류가 있었다. 오실 필요 없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김 씨는 “백신을 맞은 사람 명단 공유 등 전산관리가 전혀 안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고, 병원에서도 시스템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라며 “연로한 어르신들은 헷갈려 헛걸음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병원 측에 확인한 결과 “먼저 백신접종을 했던 병원에서 해당 환자를 명단에 등록하지 않은 것 같다. 알림 문자는 질병관리청에서 일괄로 발송한다. 백신을 맞으셨다면 무시하고 그냥 안 가시면 된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일부 의료 관계자는 “잔여백신 접종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중 접종 등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도 있다”라며 “2회에 나눠 시간을 두고 접종해야 하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의 경우 접종 명단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신청 방법에 따라 백신 예약 순서도 뒤죽박죽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SNS로 잔여백신 예약을 신청한 윤 모(55)씨는 지난 1일 같은 병원에 전화로 예약한 동네 지인이 먼저 맞은 사실을 알고 병원에 항의했지만 “전화로 접수받은 직원이 순서를 착각했다”라는 답을 들었을 뿐 별다른 조치를 받지는 못했다.
이처럼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만 30세 이상이면 위탁 의료기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려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발표했지만, 병원 간 명단 공유·전산 관리·접종 순서 체계 등 전반적인 매뉴얼과 시스템이 채 확립돼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추진단은 이마저도 연령 제한을 60세 이상으로 바꿔 4일 발표했다가 9일로 번복, 일부 의료기관서 접종 취소 통보를 해버리는 등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민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 콜센터는 “예비명단 관리는 전적으로 위탁병원에서 한다. 해당 환자가 등록이 돼 있는지 확인한 후에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라며 “현재는 시범운영 중이라 전산 오류가 생기고 있지만 정상으로 운영되는 10일부터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