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이천 쿠팡 덕평물류창고 지하 2층 화재현장. 당시 불길이 다시 솟구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도 "당장 탈출하라"며 동료를 먼저 챙겼던 故(고) 김동식(52·소방경)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이 끝내 주검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19일 오후 4시49분 그의 빈소가 마련된 하남 마루공원 장례식장 앞은 삭막하기만 했다. 이곳을 찾은 조문객들의 표정은 그저 비통해 보였다.
김 대장의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동료 소방관들은 왼쪽 가슴에 ‘謹弔(근조)’라고 적힌 리본을 달고 그의 넋을 기리며 슬픔을 함께 했다.
오후 5시4분. 유가족의 절을 시작으로 김 대장의 조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 소방경의 아내는 절을 마침과 동시에 아무 말 없이 한 맺힌 눈물을 쏟아냈다.
그의 아들과 딸도 촉촉해진 눈망울로 다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아버지의 사진만 묵묵히 바라봤다.
오후 6시26분 뒤늦게 도착한 김 대장의 어머니는 그의 영정사진을 보자마자 "아이고, 내새끼. 나도 데리고 가라"면서 "어떻게 살아"라며 오열했다.
동료 소방관들도 하나둘씩 빈소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소방관은 한동안 김 대장의 영정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더니 쉽사리 절을 하지 못했다. 아직 그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이다.
다른 소방관도 눈물을 머금은 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재촉했다. 그는 김 대장을 향해 절을 한 뒤 유가족과 얘기를 나누다 끝내 통곡하고 말았다.
현재 김 대장의 빈소에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신열우 소방청장, 김상호 하남시장 등 각계각층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김 대장에 대한 순직 절차를 진행하고 장례를 경기도청장으로 거행할 방침이다.
앞서 김 대장은 이천 쿠팡 덕평불류센터에서 불이 난지 6시간 만인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쯤 화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자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우해 지하 2층에 진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인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거세졌고, 11시40분쯤 김 대장 5명은 대피 명령을 받아 즉시 탈출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 4명은 무사히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김 대장은 미처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에 소방당국은 곧바로 김 대장 구조작업을 전개했지만, 건물 곳곳에 쌓인 가연물질로 인해 불길은 점점 거세졌다.
이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 삼켰고, 이 때문에 구조작업도 건물 붕괴 등 추가 인명피해 우려로 일시 중단됐다.
이후 이틀이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20분간 진행된 건물 안전진단에서 “구조대를 투입해도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와 구조작업이 재개됐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10시49분 입구에서 직선으로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김 대장은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에 입문한 27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경기지역 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등 각종 상을 받으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응급구조사 2급, 육상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직업정신을 보이기도 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김은혜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