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성역의궤 토대로 진행되는 수원화성 복원공사…정조 유산 되찾자

2021.06.20 12:04:31 16면

 

수원시 화성사업소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건립 당시 모습으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화성행궁 2단계 복원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화성은 정조 18년(1794년) 2월에 시작해 당대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집약시켜 2년 9개월 만에 완공된, 세계 최초의 계획 신도시이다.

 

왕권강화를 꿈꾸며 새로운 정치 공간의 마련을 위해 계획된 수원화성은 정조의 효심도 담겨 있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양주군 배봉산에 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부 읍치 자리로 이장하면서, 능 근처 민가를 팔달산 아래인 지금의 수원으로 옮기고 읍명을 화성(華城)이라 이름 붙인 다산 정약용이 지휘해 만든 계획 도시이다.

 

 

조선 초기의 학자 눌재(訥齋) 양성지는 ‘우리나라는 성곽의 나라로서 각종 성지가 1천여에 이르지만 수원화성이야말로 가장 발전된 모양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성곽의 정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시절 수원화성의 심장이라 불리는 행궁은 자혜의원 원사로 쓰이고, 성곽 안의 대소 시설은 군청사로 사용됐으며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장안문의 문루 반쪽이 뜯겨 나가는 등 성곽은 무참히 부서졌다.

 

수원화성박물관 조성우 학예사는 “일제강점기때 근대화한다고 도로를 만들어서 성벽 11구간이 사라진 뒤 아직도 회복을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수원화성박물관이 수원성복원정화사업 4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으로 선보인 ‘1970년대 수원화성 복원과 기록’을 살펴보면 당시의 상황을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며 관리 소홀과 자연재해 등으로 서서히 원형을 잃어가면서 통행의 편리를 위해 팔달문 옹성의 홍예가 해체되고, 북수문과 남수문이 수해로 붕괴되기도 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성벽이 파괴됐는데 일부 성돌은 주민들이 집 짓는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수원화성을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은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1973년 당시 이병희 제1무임소장관이 일제 식민지 이후 방치되었던 수원화성 성곽복원을 위해 ‘가칭 화산대효원종합계획’을 발표했고, 박정희 대통령이 결재해 1975년 5월부터 1979년 9월까지 사업이 진행됐다.

 

수원화성 성곽복원은 단순한 물리적 변화뿐 아니라 ‘정조의 유산’을 되찾았다는 의의를 갖는다.

 

 

1989년 10월에는 시민들이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하면서 화성행궁 복원사업의 첫발을 뗐다. 1996년 화성축성 200주년을 맞아 수원시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복원공사를 시작했고, 2003년 7월 말 봉수당, 득중정, 궁녀와 군인들의 숙소 등 482칸의 복원을 완료한 1단계 공사가 끝났다.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된 화성행궁은 총 576칸 규모 정궁(正宮) 형태인데 수원시는 ‘단계별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시대 화성성곽(華城城郭) 축조의 과정과 물량, 제도·의식 등을 세세히 기록한 책인 ‘화성성역의궤’는 토목건축 공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수원화성 복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2단계 복원공사는 남수동·지동 일원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해 225년 전 수원화성 축성(築城) 당시 모습으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남수동 일원에 대규모 ‘한옥체험마을’을 조성하는 것이다. 창룡문에서 동남각루에 이르는 성벽을 복원·정비하는 복원사업도 2030년까지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수원시 화성사업소(소장 김현광)는 남수동·지동 문화재보호구역이 ‘수원화성의 진정성’을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우 학예사는 “우리는 지금 현재를 빌려쓰는 것이고 이곳은 정조가 지은 곳이니까 우리만 생각할 수 없다”며 수원화성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신연경 기자 shiny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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