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산업사고…거세지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목소리

2021.06.27 06:00:00

 

쿠팡 이천 화재가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과천의 한 공사현장에서 작업자가 추락하는 철제 구조물에 깔려 현장에서 숨지는 등 잇단 참사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과천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 S3블록 신혼희망타운아파트 신축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기 위해 철제 구조물을 들어 올리던 중 슬링벨트(섬유 소재의 벨트)가 끊어지는 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인근에 있던 작업자 A(50대)씨가 추락하는 철제 구조물에 머리를 다쳐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해당 아파트 건설을 담당한 태영건설은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4곳의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각각 1명의 작업자가 숨지며 총 4명이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화마로 인해 소방관이 순직한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사고 직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국내 법인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쿠팡은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김 의장은 화재 발생 17일 전에 이미 사임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반론했지만, 앞서 기업들의 책임자들이 산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던 무수한 전적들로 인해 의심의 끈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진보당은 24일 쿠팡 본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켓배송으로 쥐어짜내기식 성과주의, 무한 속도 경쟁에 죽음으로 내달리는 근로자, 소상공인 인권은 손 쉽게 지워지고 말았다”며 “김범석 쿠팡 의장이 최근 한국 쿠팡 모든 공식 직위에서 물러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하며 책임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4월 29일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공장 현장에서 우레탄 작업과 용적 작업 등을 진행하던 중 불이나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사고를 입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경보설비 미설치, 대피훈련 미실시 등 시공사와 감리 담당자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및 공사기한 단축에 따른 부실시공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익스프레스는 공사를 발주한 최종 책임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진행된 1심 선고에서 사측 팀장은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이수 받아 실형을 면했다. 대신 물류창고 시공을 맡은 건우만 벌금 3000만원과 현장소장 징역 3년 6개월, 안전관리자 2년 3개월, 감리단장 1년 8개월 형이 선고됐다.

 

시민단체들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을 당겨야 한다며 사측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1월 국회의 문턱을 넘겼다. 해당 법안은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 또는 기관에게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해당 법안은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내년 1월부터 적용되지만, 50명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3년간 유예돼 2024년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5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는 24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최근 벌어진 산업 재해 사건·사고에는 ‘비용절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당 10만원만 주고 신호수 한 명만 고용했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처럼 현장에서 노동자를 비롯한 무고한 시민들까지 사고를 당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한다거나 현장조사에 대한 보고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먹고 살기 위해 일터에 나왔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 수가 한 해 600여 명이 넘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기업들이 벌금을 내고 비용절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도내 물류센터에 대한 소방법 점검 전수조사 실시, 사망재해 원청과 전문업체 사업주에 대한 엄중 처벌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및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경영자 측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처벌 중심의 행정이 아닌 기업의 자율 규제와 행정 조직 전문성 등으로 산업재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같은 날 “기업과 경영인에 대한 처벌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선진 산업안전보건 법제를 구축하고 예방중심의 행정집행을 통해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영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향후 지향해야 할 산업안전보건 정책과 행정운영 체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당정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데, 정부 조직만 확대되고 처벌중심의 행정만 강화되는 것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산업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기업자율에 책임을 둔 규제방식으로의 전환해야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지은 기자 ]

이지은 기자 jieun@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