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보약] 인식론의 다섯 야구심판- 정신질환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2021.06.29 06:00:00 13면

 

만약 당신이 인식론, 정신질환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야구심판이라고 가정해본다면 어디에 속할까?

 

심판들은 다음의 다섯 종류가 있다. 그저 퀴즈이니 편한 마음으로 임해 보길 바란다.

1)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나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판정한다. 2)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나는 그것을 내가 본대로 판정한다. 3) 볼도 스트라이크도, 내가 판정할 때만 있다, 4) 볼이 있고 스트라이크가 있고, 내가 사용하는 대로 나는 그것들을 판정한다. 5) 볼도 스트라이크도 선언하지 않겠다. 애초에 불공평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답은 다음과 같다.

 

1)의 심판은 이는 강한 실재론자로서 정신질환은 추상적 실체로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2)의 심판은 유명론자로서 정신질환은 존재하지만 진단이 그것들을 정확히 분류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3)의 심판은 구성론자로 정신질환은 구조물과 같아서 그것을 나타내는 사람들과 동떨어져서 불확실한 실체를 가진다. 4)의 심판은 실용주의자로 정신질환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므로 우리는 최선의 그리고 최소한의 위해를 목적으로 진단을 사용한다. 5)의 심판은 사스주의자이다. 정신질환은 사회 통제의 수단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의 권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위의 비유는 정신과에서 성경과 같다고 말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4판(DSM-Ⅳ) 편찬 태스크포스 의장을 맡았던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 앨런 프랜시스가 2012년 여러 다른 의견들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토론하기 위해서 만든 비유이다. 그는 보수적으로 개정하려고 했던 DSM-Ⅳ에서의 약간의 변화, 즉, 자폐증, 아스퍼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진단기준의 완화로 인해서 엄청나게 환자의 수가 늘어난 것을 경험하였기에 DSM-5의 개정이 진단역치가 낮아져 진단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여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위의 비유는 정신질환이 마음의 구조, 뇌의 기전, 정신질환의 병인병리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과 인체를 보는 존재론 인식론적 사유의 틀에 따라서 마음의 고통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판단하는지 즉, 진단과 치료가 달라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위의 각각의 입장은 일정 정도의 마음에 관한 진실을 담고 있다. 치료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 블루, 레드, 블랙으로 마음의 경보신호가 커져가고 있다. 연구에서 밝혀진 결과들은 뇌는 생각과 감정 기억 등의 모든 정신활동을 주관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직관적으로 현대인들은 뇌를 정신활동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 행동, 생각 모두를 주관하는 사령탑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떤 것을 기억하는 것부터 토마토케첩을 좋아하는것까지 뇌가 다 하는 일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 완전하지 않다.

 

마음의 고통을 느낄 때 내가 외부에 의지하려는 그 대상도 나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아는 것, 그 모름의 경계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보자.

 

 

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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